미국 경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높은 인플레이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등의 여파로 올해 1분기에 연율 기준으로 -1.4%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올 2분기부터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미국 언론과 월가의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미 경제는 6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왔고, 지난해 4분기에는 6.9% 성장률을 기록했었다.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1∼2분기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 월가, 언론 등은 대체로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뉴욕 증시는 28일(현지시간) 강한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올해 1분기에 공급난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으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증가해 곧 성장이 재개될 것이라는 점이 예고됐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도 이날 “미국 경제의 예기치 못한 1분기 위축은 무역 불균형, 재고 감소 등에 따른 것으로 소비와 기업 지출 등이 활발해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존 통화 정책 노선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미국 경제가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으나 이는 수입 증가 등에 의한 것이고, 소비 수요가 안정돼 있어 곧 성장세로 돌아설 것임을 예고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배런스는 “올 1분기 경제 성적표를 보고 패닉에 빠질 이유가 없다”면서 “미국이 그 어느 나라보다 이른 시일 내에 경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경제가 -1.4% 성장한 것은 인플레이션 압박이 사라지지 않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곧 가까운 장래에 경기 침체기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 전망치를 일제히 낮췄고, 유럽과 중국 경제의 성장이 멈출 것으로 예상돼 미국이 처한 국제 경제 환경이 절대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가 예상 밖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는 대폭 늘어난 무역적자가 꼽혔다. 1분기 미국의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 규모에 달했고, 그 결과 전체 국내총생산(GDP)을 3.2%포인트 끌어내렸다고 CNBC 방송이 지적했다. 또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진정되면서 미국 정부가 지출을 대폭 줄인 것도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 1분기에 정부의 국방비 지출도 8.5% 감소했다.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이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난이 악화하고, 인플레이션이 오른 것도 경기 둔화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도 불구 올해 2분과 그 이후에 견실한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연준은 통화 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5월 3, 4일 개최한다. 이번 1분기 마이너스 경제 성적표에도 불구 연준이 애초 시사한대로 기준 금리를 0.5% 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월가의 전문가들이 말했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절대 나쁘지 않다는 게 월가의 지적이다. 기저 수요를 측정하는 지표인 국내 구매자 실질 최종 판매는 연율 2.6% 증가해 오히려 작년 4분기 1.7%보다 개선됐다. 1분기 소비자 물가가 7.8% 급등하고, 연초 오미크론 변이가 널리 확산한 속에서도 미 실물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지출은 오히려 0.7% 증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으나 이는 기술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회복세가 계속해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1분기에 소비자 지출과 기업 투자, 주거 투자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실업수당을 받는 사람 숫자가 197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분기 성장률 추정치는 기술적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면서 "미국이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도전,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정당하지 못한 우크라이나 침공, 강력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문답에서 “미국이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고 생각지 않고, 나는 경기 침체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