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탄소 등 유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면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을 발견하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하며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청정에너지원으로서 관심을 끌고 있는 한 분야는 핵융합이다. 핵분열보다 이점이 많다.
핵융합은 원자력이나 화력처럼 페기물의 처리가 곤란하지 않다. 자연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장소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원료가 풍부하며(핵융합의 재료는 리튬과 수소), 부산물인 헬륨 또한 그 희귀성으로 값어치가 있다. 자원고갈과 환경파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원자력에 비해 나은 점이 있다는 것이지 온전한 것은 아니다. 핵융합에 나오는 중성자와 연료인 삼중수소로 인해 중저위 방사능 폐기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생산된 전력의 80%가 자기장을 만드는 데 쓰인다.
핵융합 원자로에 대한 연구는 1940년대에 시작되었지만 여러 가지 난제로 인해 그동안 진전이 더뎠다. 그러나 청정에너지에 대한 필요성이 고조되면서 다시 핵융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으며, 그 노력의 일환으로 등장한 것이 세계에서 가장 큰 핵융합 실험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다.
◇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는 현재 어디까지 와 있는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개발 사업은 미래 청정에너지인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과학기술적으로 최종 실증하기 위한 초대형 국제공동 과학기술 프로젝트다. 태양 중심처럼 1억 도가 넘는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에서 가벼운 수소원자핵들이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도록 인위적으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고, 이때 나오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얻는 장치가 핵융합로다. 현재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 지역에서 국제 공동사업으로 건설되고 있다.
이 사업은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 공동 프로젝트로서 사업비만 약 79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러시아, EU, 일본,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참여 하고 있다. 이 사업 참가국의 규모를 보면 전 세계 시민의 절반, 전 세계 GDP의 무려 85%를 차지한다.
한전은 2007년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2014년에는 현지의 밀착지원 체제 강화를 위해 프랑스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했다. 또한 2019년에는 연락사무소를 통하여 축적된 ITER 사업 수행 경험을 토대로 유럽지역 가동원전 및 신규건설원전 사업개발과 ITER 건설관리 참여확대를 위해 연락사무소를 지사로 승격한 바 있다.
이 사업은 핵융합을 미래 청정에너지원으로 사용하려는 의지에서 상용화 가능성을 계속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은 상업적 핵융합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대안, 콤팩트 핵융합 발전소 ‘DIII-D’의 미래
핵융합 모델이 순수 전기를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미 샌디에고 소재 토카막(DIII-D)이다. DIII-D는 미국 에너지부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운영해왔다. DIII-D 연구 프로그램의 임무는 핵융합 에너지 생산에 대한 토카막 접근법의 최적화를 위한 과학적 기반을 확립하는 것이다.
토카막은 강력한 자기장을 사용해 플라즈마를 고정시키는 장치로 제어된 핵융합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개발 중인 여러 유형의 자기 감금 장치 중 하나다. 최근 DIII-D에 종사하는 한 연구원이 동 연구를 통해 순수 전기 200MW를 달성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실질적 융합 반응기의 유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DIII-D는 플라즈마가 문자 D처럼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름이 붙여졌다. 토카막은 강력한 플라즈마 형성, 다양한 플라즈마 능동제어, 정상 상태 전류 및 압력 프로파일의 달성을 통해 고도의 플라즈마 β 작동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DIII-D는 미국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는 미국(PPPL의 NSTX-U)의 두 가지 큰 자기 융합 실험 중 하나로 ITER 실험의 설계 및 운영을 지원한다. DIII-D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핵융합 공정 자체에 소비된 것보다 핵융합을 통해 더 많은 에너지를 생성하는 역사상 최초의 발전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모든 현존하는 핵융합 발전소에서 달성한 에너지 생산의 가장 좋은 비율은 소비되는 에너지 규모의 67% 수준이다.
상업적 핵융합에 가까워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DIII-D 모델은 매우 유망하지만 아직은 이론 단계다. 청사진이 아니라 미래 연구와 모델링을 위한 로드맵이다. 상용화까지 적어도 10년 이상은 소요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