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로그인 검색

러시아·우크라 전쟁 두 나라만의 문제 아니다…세계화 전진·후퇴 갈림길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2-04-26 09:49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30년간 쌓아온 세계화를 무너뜨렸다. 세계는 다시 세계화를 위해 전진할지, 아니면 다시 후퇴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 우크라이나의 파괴된 쇼핑센터를 지나는 남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30년간 쌓아온 세계화를 무너뜨렸다. 세계는 다시 세계화를 위해 전진할지, 아니면 다시 후퇴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 우크라이나의 파괴된 쇼핑센터를 지나는 남자. 사진=로이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단순히 두 나라의 전쟁이 아니다. 이 전쟁은 구소련 몰락 이후 각종 성공과 실패로 누적된 현재 시스템이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를 놓고 결정하는 큰 가치의 충돌이다.

그동안 세계는 공산권 몰락 이후 미국이 선도하는 자유주의 진영이 수립해온 세계화 즉, 교통·통신 수단 및 정보·통신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을 기반으로 국가 및 지역 간에 존재하던 상품·서비스·자본·노동·정보 등이 인위적 장벽 제한 없이 전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고, 상호 의존이 증대되는 흐름 속에서 성장과 번영의 경험을 쌓아왔다.

인류는 과거 어느 때 보다 윤택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렸다. 공산 진영 후예들인 러시아와 중국은 세계화의 수혜로 경제적 성장 과실을 쌓았다. 특히 중국의 경우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이자 세계의 공장으로서 글로벌 번영을 이끄는 핵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한 자유주의 동맹은 테러와의 전쟁,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의 독자 목소리 증대, 중국과 미국의 패권전쟁,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러시아의 에너지 기반 경제 성장 등이 겹치면서 자유주의 동맹과 권위주의 동맹간의 세계관의 차이에서 오는 견해차가 충돌을 향해 예열되고 있었다.

여전히 자유주의 동맹이 글로벌 GDP에서 권위주의 동맹을 2배 이상 압도하는 가운데 코로나로 폐쇄된 국경, 공급망 혼란, 미국의 중동 후퇴 등이 겹치면서 유럽에서 에너지 우위를 점한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위협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촉발하면서 드디어 갈등이 충돌로 전환되었다.

한편 세계화가 성숙되면서 나타난 번영 속에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가들이 자신들의 보유 자산을 가지고 더 부유해지기 위해 자립할 필요를 느끼고 행동하면서 상호 의존의 이점 중 일부를 포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 칠레, 중동의 산유국들은 천연 자원을 해외 자본이 개발하고 수출만 하던 의존적 경제에서는 가난 극복이 어렵다고 보고 해외 자본과 자국 기업의 합자 투자나 기술 도입으로 천연 자원을 가공해 고부가가치를 부여해 수출하는 경제, 고임금 일자리를 만들려는 의지가 지역화를 촉진하고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소장인 아담 포젠(Adam Posen)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지에 실린 에세이 허밍어(Humdinger)에서 이를 '세계화의 부식'(corrosion of globalization)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제 세계 경제가 다시 지역으로 분열될 것 같다"며 "지역은 스스로 고립시키고 다른 지역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 상호 연결성이 줄어들면 세계는 성장 추세가 낮아지고 혁신이 줄어들게 된다. 국내 기존 기업과 산업체는 특별 보호를 요구할 수 있는 많은 힘을 갖게 될 것이며 전체적으로 가계와 기업의 투자에 대한 실질 수익은 감소하게 된다.

코로나 이후 수년 동안 복잡한 다국적 공급망을 보유한 회사는 예상치 못한 비용과 씨름해 왔다. 먼저 트럼프 관세가 거의 경고 없이 다양한 제품 및 수입 제품 목록에 적용되었다.

자동차의 지속적 부족은 이동의 제한과 극심한 여행 제한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치솟았고 러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단절되면서 니켈, 팔라듐, 네온 등 주요 산업 자재가 지속적으로 부족할 전망이다.

이제 기업들은 '적시'(just-in-time)에서 '만일의 경우'(just-in-case)를 대비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객 신뢰를 유지 하기 위해 효율성을 희생하려는 경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는 세계화의 이점을 버리고 지역화를 촉진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리쇼어링이나 니쇼어링은 소비시장 바로 옆으로 생산 공장을 옮기는 것이다.

가격 경쟁력을 버리고 운송 편리함, 주요 제품의 국방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기꺼이 생산 공장을 시장 바로 곁에 두려고 한다. 철저히 믿을 수 있는 우방과 연대를 유지하되 적성 국가와는 거래를 단절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주요 투자자 견해도 이런 흐름에 주목한다.

블랙락의 CEO 래리 핑크는 주주 서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최근 수십 년간 쌓은 세계화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주장했다.

오크트리 자산의 하워드 막스는 새로운 투자자 서한에서 "이 세계화 시대는 세계 GDP 성장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잃는 부분도 많았다. 세계화에서 이탈할 경우 국내 생산자와 국내 제조업 일자리의 수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코로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리가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했지만 거시 경제 정책에 심오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쟁이 끝나고 나면 이전 30년의 세계화 흐름과 상당히 다른 국제질서가 나타날 수 있다.

세계화는 혁신과 기술발달 등으로 이어져 디플레이션이 나타난 반면 이제 코로나와 전쟁은 초유의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있다. 세계 경제는 새롭게 나타나는 변화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다.

구소련 몰락 이후 약 40여년간 형성된 복잡하고 효율적인 세계화가 후퇴할 것인가? 일시적 후퇴 후 다시 재세계화로 갈 것인가? 지역화가 대세가 될 것인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그 변화는 서서히 일어날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동맹은 러시아를 배제하는 세계화를 추진 중이며 만약 중국이 세계화의 수혜만 누리고 상응하는 책임을 담당하지 않을 경우 세계화의 혜택을 누리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다.

최근 미국은 유럽의 브뤼셀을 방문했다. G7회의를 통해 자유주의 동맹이 가야할 다음 단계를 논의했다.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의 주요 국가들은 최고의 단결을 과시했다. 비록 러시아의 전쟁을 종결하는 데는 역부족이지만 이를 조속히 종결하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 생산력의 70% 수준이다. GDP 규모에서 10년이 지나봐야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지가 분명해진다. 자립경제나 권위주의 동맹, 남미나 아프리카, 일부 중앙아시아, 일부 중동 국가와의 교류와 협력만으로 결코 G1에 등극할 수 없다.

중국이 자유주의 동맹과 느슨한 협력 관계를 지금처럼 유지할지 아니면 더 강화할지, 후퇴할지 여부가 세계화의 미래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이 만약 권위주의 동맹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길을 더 빨리 가려고 하면 세계 제조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의 세계 공장의 역할을 자유주의 진영은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

세계화의 흐름과 큰 관계가 있는 WTO는 세계화가 인류의 가난을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시스템이라고 강조한다. 코로나 이후 혼란을 겪던 공급망의 위기는 이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WTO는 탈세계화 내지 지역화는 재앙이라고 말한다. 글로벌 투자가들이 제한된 투자만 하게 되면 가난한 나라, 지정학적으로 불안한 나라들은 투자 기회가 사라져 더 가난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긴장과 갈등, 전비에 대한 투자 확대는 제한된 재화의 사용 기회를 제한해 복지나 과학 등에 투자할 여력이 줄게 된다. 지역화는 답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갈등은 기후 온난화에 대비하는 세계적 노력도 후퇴시킬 수 있다. 더 늦어지면 인류는 공멸이다.

WTO는 코로나가 야기한 문제들은 인프라 투자의 확대, 4차 산업혁명 기술 확대, 지역간의 신뢰 회복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유주의 동맹과 권위주의 동맹이 서로 충돌할 것인지 협력의 길을 갈 것인지를 두고 상황을 탐색 중이다. 세계사적 전환기에서 기업들은 재편과정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성장 기회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세계질서 재편에 신중하면서도 발빠른 전략적 판단과 행동을 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공유하기

닫기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톡
트위터

텍스트 크기 조정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