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탄소제로 사회 구현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 수소전략을 발표했다. EU는 수소경제 규모를 2030년까지 1400억 유로(약 188조8140억 원)로 키워서 일자리 14만 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의 미래 청사진 기반은 수소가 연료 전지에서 전기를 생산할 때 다른 출력은 물이며 수소 생산과 관련된 모든 유해 가스를 포획할 수 있다는 데 있다. EU위원회 청정에너지 로드맵에 수소경제는 부합하는 것이고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경고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브뤼셀에 본사를 둔 비영리 연구 및 캠페인 그룹으로 “EU정책 결정에 대한 기업 로비의 영향을 폭로”하는 CEO(Corporate Europe Observatory)에서는 “수소경제에 대한 청사진이 로비집단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CEO(Corporate Europe Observatory)의 주장
CEO 주장의 핵심은 EU가 수소경제 환상에 빠져 로비단체의 잘못된 주장을 꼼꼼히 검증하지도 않은 채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되는 나쁜 수소 생산을 용인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돈 문제로 연결된다고 지적한다. 에너지 생산을 위해 수소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95%는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증기개질 과정을 통해 천연가스에서 얻는다. 1t의 수소가 9~12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수소는 크게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녹색 수소’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회색 수소’, 이산화탄소를 포획해서 지하에 저장할 수 있는 ‘파란 수소’로 구분한다. 청정 곧 ‘녹색’으로 인정받기 위해 수소는 재생 가능한 공급원의 전기를 사용해서 물의 전기 분해로 생산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기술적인 한계로 청정수소를 만드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
CEO는 EU위원회가 오늘날 재생 가능한 수소나 저탄소 수소는 화석 기반 수소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로비단체에 넘어가 일정기간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화석기반 수소를 허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CEO는 로비단체 보고를 수용한 EU 계획에는 이산화탄소가 거의 배출되지 않는 청정 수소가 아니라 일부 배출되는 ‘파란수소’까지 허용함으로써 기후 목표를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인프라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가스 운영자는 수십 년 동안 그리고 심지어 2050년 이후에도 화석 가스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허용되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허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비단체 논리에 의존할 경우 “외부 화석 연료 수입 의존, 지속 불가능한 자원 착취,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 위협이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 청정에너지 사업에 제기되는 의구심들
CEO에 따르면 유럽에서 화석 기반 기업들이 펼치는 로비자금 규모는 연간 총 5860만 유로에 달한다고 한다. EU가 추진하는 수소 경제에 있어 화석 기반 기업들이 자신들의 입김을 반영하는 비용이라고 말한다.
유럽이 견인하는 수소 경제 발전 사업에 관여하는 가장 큰 단체는 브뤼셀에 기반을 둔 수소 위원회다. 수소위원회는 세계 최초의 수소 관련 글로벌 이니셔티브로 수소가 에너지 전환의 핵심 솔루션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참여 회원은 유럽 최대의 자동차 기업을 비롯해 대부분 현재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100여개의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수소위원회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수소 경제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추진력을 갖고 진행되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228개의 수소 프로젝트에 700억 달러 이상 공공 자금이 배정되어 있고, 대부분은 유럽에 해당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사업 가운데 주목을 받는 것이 유럽 횡단 에너지 네트워크(TEN-E)다. 이는 “해상 풍력 및 수소를 포함하는 에너지 시스템을 연결하는 기반 사업이다. 문제는 이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가스 파이프라인에 있다. 유럽 최대의 유로가스가 관여한다는 점이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에서 가스 부문 주도권을 가지고 EU 집행위와 공공 은행 및 공공 자금으로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할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사업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이 주도하는 것은 이해상충에 해당한다.
다음은 사업비가 부풀려져 있다는 의혹이다. 클린 하이드로젠 얼라이언스(Clean Hydrogen Alliance)를 통해 제안된 신규수소 프로젝트는 필요한 가스 인프라 수요 계산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가스 부문의 수요가 실제 필요한 것보다 많다는 지적이다. 이는 화석 연료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이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해 자신들의 이속을 챙길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야기한다.
◇ 수소 경제 추진과정에 야기되는 또 다른 의혹들
현재 대부분의 수소는 탄소를 배출하는 천연 가스로 만들고 있다. 1차 배출은 시추 및 운송 중에 발생한다. 화석 가스는 메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난 10년 간 기후 변화에 100배나 더 나쁜 악영향을 주었다.
또한, 연구자에 따르면 ‘회색 수소’와 ‘파란 수소’는 가스 누출 문제와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메탄을 포획하는데 있어 기술에 문제가 있다. 전문가들은 CCS(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를 작동시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한다.
‘파란 수소’는 증기 개질 또는 자동 열 개질을 통해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분리될 때 천연 가스에서 생성된다. 이산화탄소는 포집된 다음 저장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 많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유발하고 저장도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환경에 더 해롭다는 주장이 있다.
연구자들은 “이 연구결과는 ‘파란’수소 생성이 파리 기후 협정과 일치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가능한 ‘파란 수소’는 생산을 중단하고 재생 가능한 자원을 빠르게 확장해 ‘녹색 수소’만 생산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에 대한 EU의 7500억 유로 복구 계획이다. 수소 프로젝트는 EU 회원 국가 복구 계획의 핵심이다.
따라서 코로나 이전 국가 원조 규칙이 변경됨에 따라 수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화석 연료 회사들은 이전에는 사용할 수 없었던 복구 자금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EU 기금이 화석 연료 사업에 직접 제공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은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현재 화석연료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데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은 절실히 필요한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기를 지연시킬 뿐"이라고 말한다.
수소 경제는 기후변화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지구에서 인류가 환경 위협을 가급적 최소한으로 받으면서 생존하려는 글로벌 합의의 결과다. CEO를 비롯해 유럽의 환경 전문가들이나 학자들이 주장하는 화석 연료 기업들의 로비 결과 수소 경제가 일정 부분 위협을 받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들이 제기한 의혹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이슈화되고 있어 의구심들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제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혹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우리도 수소 경제를 국가적 의제로 추진하는 과정에 목적이 좋으니 진행 과정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가볍게 넘어가자는 태도가 용인될까 우려된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