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현실화 가능성이 글로벌 경제 위기의 핵심 요인으로 떠올랐다. 세계 2위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로 국제 유가 폭등, 글로벌 공급망 악화 등의 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는 곧 세계 각국의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고 앞다퉈 긴축 통화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면 경제 활동이 위축돼 경기 침체 위기가 증폭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각국의 긴축 통화 정책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CNN은 17일(현시지간) “누구도 말을 하지 않는 글로벌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고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이 정책을 ‘사회면 제로 코로나’라고 부른다. 이는 무증상자를 포함한 신규 감염자가 격리 통제 구역에서만 발생해 지역사회 전파 위험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려는 중국식 방역 용어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함에 따라 상하이에 이어 시안, 정저우 등 다른 도시들도 잇달아 봉쇄에 돌입했다. 상하이는 봉쇄 3주째를 맞이했고, 상하이 인근 쿤산시가 봉쇄에 들어갔으며 산시성 성도 시안과 허난성 성도 정저우도 부분 봉쇄에 들어갔다.

정저우는 아이폰 제조 공장 밀집 지역이어서 아이폰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정저우에 있는 대만계 폭스콘 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아이폰 조립라인이다. 쿤산시에 있는 아이폰 제조 공장도 조업을 중단했다.

맥북 제조업체로 세계 최대 주문 컴퓨터 제조업체인 콴타(Quanta)는 완전히 생산 설비 가동을 중단했다. 상하이에 있는 콴타 제조 공장은 이 회사 노트북 생산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콴타는 올해 7,200만 대의 노트북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도 지난 3월 28일부터 3주일째 상하이 공장 문을 닫았다.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공장이 당국의 봉쇄정책에 따라 가동을 중단한 데 따라 지금까지 5만 대에 달하는 전기차 생산 손실이 발생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상하이 공장은 하루 약 2,100대의 전기차가 생산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상하이와 지린성 창춘 공장이 몇 주째 가동 중단 상태다. 창춘 공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상하이 공장은 이달 1일부터 가동을 멈췄다. 도요타도 창춘 공장의 문을 한 달째 닫고 있다.

중국에서 현재 상하이를 비롯한 45개 도시가 전면 또는 부분 봉쇄 상태에 있다. 이는 곧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0%에 달하는 7조 2,000억 달러 규모의 경제가 동결됐다는 것을 뜻한다고 CNN이 지적했다.

상하이는 수송 화물 기준으로 세계 최대 항구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상하이는 중국 화물 운송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상하이 주요 항만 시설의 가동이 중단돼 글로벌 공급난이 악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 당국의 봉쇄 조처로 인해 화물 하역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아 상하이항에 도착한 선박이 다른 항구로 이동하는 데 평균 8일 동안 대기한다고 CNN이 전했다.

상하이시에서는 화물 항공기의 운행이 사실상 중단됐다. 상하이에서 항공 화물 운송 트럭의 90%가량이 운행 중단 상태에 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 조처로 한 달에 약 460억 달러의 경제 손실이 발생한다고 홍콩에 있는 중국대학 연구팀이 밝혔다. 중국이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인 5.5%를 달성하기는 어려워졌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을 5%로 예상하면서도 봉쇄 조처가 계속되면 4%대로 성장률이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