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로그인 검색

월화수목일일일...발상의 전환을 이루어내는 기업이 일낸다!

임성훈 기자

기사입력 : 2021-12-21 19:34

이미지 확대보기
유럽 일부 국가와 스타트업 등을 비롯한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4일 근무제’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 중이다. 미국에서도 지난 7월 발의된 ‘주 32시간 근무제도’ 도입 법안이 하원 내 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으면서 논의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실 유럽에서 일을 해 본 경험이 있거나 유럽과의 연락이 잦은 사업체는 이미 알고 있겠으나 유럽에서 금요일 오후는 이미 거의 근무를 하지 않는 시간이다. 예전 우리나라의 ‘반공일’, 토요일화 되었다는 것이다. 대개 금요일 점심식사 후에는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퇴근할 준비를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주4일 근무제는 이러한 금요일을 완전히 쉬는 날로 하겠다는 얘기다. 이러한 주4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동력은 코로나19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생각지도 못 했던 재택근무가 일반화 되고, 가장 우려됐던 생산성 저하도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지 않으면서 주4일 근무제도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실제 일본의 많은 기업들이 주4일 근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주 4일 근무제는 이미 1956년 당시 미국 부통령이던 리처드 닉슨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라 표현했던 바 있고, 1977년 미국 지미 카터 대통령도 “에너지 절약을 위해 기업이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던 제도였다. 그러나 사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시도는 유럽에서 먼저 있었다. 북유럽 국가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유치원 교사, 회사원, 사회복지사, 병원 종사자 등 다양한 직군을 대상으로 주4일제를 시범 운영하는 국가 차원의 실험을 했던 바가 있다. 기존과 같은 임금을 받으며 주 4일만 근무한 것으로, 아이슬란드 전체 노동 인구 중 1%가 이 실험에 참여했다. 그리고 평가 또한 후했다. 참여한 근로자들은 기존의 성과와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았고 직장에서 더 나은 협업을 이뤘다는 의견을 냈다. 아이슬란드 지속가능민주연합(ALDA)과 싱크탱크인 오토노미의 보고서에 따르면, 실험 종료 후 참가자 10명 중 8명이 근무 시간이 더 짧은 회사로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근로시간 단축은 오늘날 최첨단 경제 구조 하에서 바람직하며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주 4일 근무제 도입이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의 주장은 아직 현재의 경제구조가 주4일 근무제에 적합하지 않다는데 집중되어 있다. 또한 직원들의 소속감과 안정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관리자가 직원 교육이나 회식 등 단체 활동을 꾸려나가는 것이 전보다 힘들어지는 단점도 있으며, 동료들 사이에 소통이 줄어들어 정보 전달이 어려워진다는 분석도 일응 타당하다. 그러나 이전에는 근로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어야 업무 효율이 올라간다는 강력한 ‘대면근무의 신화’가 있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재택근무를 경험하면서 업무의 양과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와 동시에 재택근무가 오히려 근로 시간을 늘렸고 이로 인한 피로감이 대량 사직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실제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2020년 5월 주 4일 근무제를 본격 도입한 미국의 친환경 아동복 스타트업인 프라이머리는 “동일 임금으로 주 4일제를 도입했는데 회사 운영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남부 소재 소프트웨어 회사인 델솔은 지난해 주 4일제를 도입했다. 직원 190명의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해 40만유로(약 5억4000만원)를 투자했다. 그 결과 결근율은 28%나 줄었고 매출은 전년 대비 20% 늘었다. 주 4일 근무제 도입 후 퇴사자는 없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주 4일 근무제가 기후위기를 막는 방안이라는 분석도 있다. 더 많은 소비를 위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더 많은 물건을 만드는 현재의 구조 하에서는 지구가 점점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데, 노동 시간을 줄이고 남는 시간을 산책·스포츠·요리와 같은 저탄소 활동을 하게 되면 ‘지구를 위한 삶’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덧 주4일 근무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달 초 미국 민주당의 마크 타카노 하원의원은 같은 당 의원 13명과 ‘주 32시간 근무법’을 공동발의 했다. 이 법안은 미국 의회 진보코커스의 지지를 받으면서 법안 통과에 추진력을 얻게 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법안은 주당 근무시간을 총 32시간으로 제한하고, 이 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경우 시간당 근무 수당을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는 게 골자이다. 1938년 시행된 미국 공정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표준근로시간을 현행 주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단축하자는 것이다. 그는 “주 3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32시간을 초과한 근무에 대해서는 반드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법안의 핵심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이 부분에서 기업들이 주4일 근무제를 고려할 만한 부분이 있다. 일단 현재의 임금구조 주4일 근무제를 실시하게 된다면 당장 현재 근무하고 있는 인원들의 임금을 줄이지는 못 한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신규 채용인원들의 임금체계 주4일 근무제에 맞추게 되면 이는 최장 10년, 최단 2년 이내에 고용 인원 대비 임금체계는 안정화될 것이다. 나아가 신규 채용 인원을 더 늘리는 것 역시 가능해지면서 일일일목금금금이 가능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기업으로서는 새로운 수익구조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맞을 매라면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속담도 있다. 어차피 주4일 근무제가 대세라면 이 제도를 어떻게 적용할까를 먼저 고민하는 기업이 미래를 이끌 것이다.


임성훈 기자 shyim98@g-enews.com

공유하기

닫기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톡
트위터

텍스트 크기 조정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