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에너지 기구(IEA)가 '순제로 로드맵' 보고서를 발표하자 이에 대한 적대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OPEC은 이를 "불안정"하다며 맹비난했으며, 러시아는 IEA의 계획이 유가를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게 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심지어 IEA 자체에서도 로드맵의 목표가 도전적이라며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그럼에도 정작 에너지 전환 비용을 감당하게될 일반인들은 이같은 난점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
환경운동가이자 코펜하겐 컨센서스의 회장인 비욘 롬보르는 최근 파이낸셜 포스트 기사에서 에너지 전환 담론과 현실 사이의 이러한 불일치를 다루며 이는 정치적으로 편리하며 기후에 민감한 정치인들을 재선하게 할 뿐이라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가 기후 변화에 진짜로 대응하고자 한다면 정치가 아닌 정직이 필요한 시점이라 밝히며 롬보르는 현재 약속된 기후 정책은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라 콕 집어냈다.
에너지 전환을 논하는 사람들이 가장 꺼려하는 주제 중 하나는 전환 비용이다. 일례로 태양광과 풍력기술의 비용 감소에 대한 보고는 많지만, 이미 문제가 되고 있는 태양광과 풍력 폐기물에 대한 보고는 거의 없다.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는데, 태양열 패널 설치와 폐기에 대한 공식 보고서가 현재 가동 중인 모든 패널이 생산 수명이 다하리라는 가정으로 작성됐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국제 재생 에너지 기구는 10년 안에 태양 전지판 폐기물이 다량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더 빠른 시일 안에 발생할 것이라 주장한다. 이는 태양열 패널을 설치한 가구가 이전 패널을 보다 효율적이고 새로운 모델로 교체하도록 적극 권장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패널 낭비는 에너지 전환으로 발생되는 비용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다.
내연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는 거대한 추세에 따른 대규모 수요 증가로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중요 광물의 값이 치솟을 전망이라는 점도 에너지 전환을 고려할 때 빠질 수 없다. 신규 생산량 투자 부족으로 리튬 공급이 더 긴축될 것이라는 경고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으며, 이는 결국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전기차 가격도 오를 수 있다. 각국 정부는 에너지 전환 계획의 일환으로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 보조금을 지급해 왔지만, 차량 가격 상승은 결국 보조금이 충당하는 차량 가격의 이점을 상쇄할 것이다.
결국 화석연료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전반적인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는 정치인으로서 인기를 얻을만한 발언은 아니다. 이미 가진 것을 포기하기는 누구에게도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종 에너지 전환에 대한 논의도 비현실적인 목표를 먼서 내세우기보다 현실적이고 정직한 접근을 취하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