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가 화석 연료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대미 석유 수출은 감소하지 않고 있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는 결국 문제는 석유 공급이 아닌 수요라고 지적했다. IEA는 올해 초 순제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석유와 가스 탐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IEA는 로드맵에서 순제로로 향해가는 경로에 새로운 석유 및 천연가스자원이 필요하지 않으며, 공급이 소수의 저가 생산자에 점점 집중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IEA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석유 산업의 일부가 이미 수요 최고치를 이뤘으며, 이에 석유 수요가 결코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IEA는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품 공급을 제한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상품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경고했다. 공급량을 줄이려면 수요 부문에 집중해야하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달 초 세계 각국 정부들이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도록 설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소비자들은 그들의 생활방식을 바꾸거나 타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더 큰 문제는 파리협정 목표의 맥락에서 에너지 수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순제로 목표를 달성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수요 문제를 해결하려 해도 수요 감소를 위한 국민과의 합의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스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인 스위스는 파리 협정 배출 목표 달성을 돕는 법을 제안했다. 법안은 자동차 연료에 대한 추가 요금과 항공 여행에 대한 세금을 포함했으나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반대는 51.6%로 찬성과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스위스 사례에서 시사하는 바는 부유한 나라에서도 사람들이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생활 방식을 바꾸거나 더 많은 돈을 선뜻 지불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고로 스위스의 빈곤율은 최근 8.7%까지 올랐기 때문에 나라가 부유하다고 해서 반드시 모든 국민이 부유하고 전기차를 살 여유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결국 IEA가 지적하듯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수요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최유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hjw2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