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의 자리에 오른 CATL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 아니다. 창업한 시점이 불과 10년 전이다.
창업 10년만에 BMW,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세계 굴지의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를 공급받는 기업으로 초고속 성장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도 아니다. 전기차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 CATL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고 CATL 경영진이 돈방석에 앉는 것은 거의 당연한 귀결이다.
실제로 전세계 억만장자 현황을 집계해 매년 명단을 발표하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파악한 결과 CATL이 세계 최대 인터넷 포털 구글과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제치고 억만장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기업의 자리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CATL·해천미업, 각각 억만장자 9명 배출
포브스는 “로빈 정(쩡위췬·52) CATL 창업자 겸 회장이 이끄는 CATL이 상장기업을 기준으로 사실상 가장 많은 9명의 억만장자를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 회장이 CATL의 모기업 ATL을 지난 1999년 창업한 것을 기준으로 하면 22년만의, CATL을 2011년 창업한 것을 기준으로 하면 10년만의 쾌거다.
이 덕에 CATL 지분 25%를 보유한 정 회장의 재산도 325억달러(약 36조6000억원) 규모로 불어났고 그의 포브스 집계 세계 부자 순위도 47위로 껑충 뛰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초반인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97억달러(약 11조원) 수준이었던 재산이 3배 이상 폭증했다.
나머지 8명의 재산까지 합치면 CATL이라는 기업 한 곳의 성공 덕분에 돈방석에 앉은 사람들의 재산은 720억달러(약 8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이에 비해 포브스에 따르면 글로벌 IT 공룡 구글과 페이스북이 각각 배출한 억만장자는 8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포브스는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에서도 8명의 억만장자가 배출됐지만 이 중 7명은 창업자 샘 월튼의 직계 후손들이어서 함께 거론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포브스는 “세계 최대 곡물기업 카길을 비롯해 가족기업 중에서 재벌로 올라서 CATL보다 많은 억만장자를 배출한 경우가 있지만 이는 성공의 파이를 여러 가족 구성원이 나눠 가진 때문”이라면서 이들 역시 순수하게 자력으로 성공한 사례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포브스는 상장기업 가운데 CATL과 마찬가지로 9명의 억만장자를 배출한 곳은 중국 최대 식품업체 해천미업이 유일하다고 전했다.
◇창업 10년만에 세계 초일류 기업 발돋음
CATL은 처음부터 독자적으로 출발한 기업이 아니었다.
배터리 기술자였던 정 CATL 회장이 1999년 차린 배터리업체 ATL이 애플 협력업체가 될 정도로 성공 궤도에 오르자 전기차 시장을 내다보고 전기차용 배터리 전문업체로 2011년 분사시킨 곳이 CATL.
포브스에 따르면 CATL의 성공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지원도 있었다.
CATL이 오늘날의 위치에 오를 수 있게 중국 정부가 결정적으로 도와준 것 가운데 하나는 바로 중국 정부가 지난 2015년 전기차 시장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 명단에 CATL을 비롯한 중국 업체 50여곳은 포함하는 대신 LG나 삼성 같은 경쟁력 강한 외국 기업은 배제하는 방식으로 집중관리한 조치였다.
중국 완성차업체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권장하는 자국 배터리를 공급받지 않을 경우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빠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 시책에 호응할 수 밖에 없었다.
중국 정부의 배터리 제조업체 밀어주기는 2019년 막을 내렸으나 이미 이 과정을 통해 분사기업에 불과했던 CATL은 세계적인 배터리 대기업으로 몸집을 불려 기업 공개까지 마치고 난 뒤였다.
현재 시장에서 CATL이 차지하는 비중은 빛이 나는 수준이다.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전세계에 유통된 전기차의 18%에 CATL 배터리가 적용됐다. 지난해 현재 CATL의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22%에 달했다. 지난해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용 배터리의 46%를 CATL이 책임졌다.
포브스는 “워런 버핏이 투자한 비야디(BYD)가 CATL의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하고는 있지만 비야디의 점유율은 16%에 불과한 수준이어서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