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샹젤리제위원회가 제안한 샹젤리제 거리의 정원화 프로젝트에 동의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파리시는 “약 1.9㎞에 이르는 파리의 중심부가 특별한 정원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30년 완성이 목표인 이 프로젝트에는 약 2억5000만 유로(약 3340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샹젤리제 위원회는 소비와 관광, 오염의 중심지가 된 거리를 생태적이며 가치있고 포용적인 곳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도로를 절반으로 줄이고, 산책로와 정원으로 바꿀 계획임.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나무 터널도 만들 계획이다.

개선문부터 콩코드 광장까지 이어는 샹젤리제 거리는 프랑스와 파리를 상징하는 대표 명소다. 루이 14세의 정원사가 처음 설계했고, 17세기 여왕의 산책로로 사랑받았던 이 곳은 1709년 샹젤리제로 이름을 바꾼 뒤 길을 넓혔고 이후 보통 사람들이 산책과 소풍을 다니는 대중적인 장소가 됐다.

샹젤리제는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정원을 프랑스식으로 부른 말이다. 1944년 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가 속한 연합군이 독일 나치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파리 시민들이 뛰어나와 함께 기쁨을 만끽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의 샹젤리제 거리는 과거의 명성도, 의미도 잃어버렸다는 비판이 많다. 샹젤리제 거리를 대표하는 것은 명품숍과 고급 자동차 전시장, 비싼 임대료 등이다. 2018년 사회, 문화, 경제 각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샹젤리제 위원회’를 만들고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2019년 “샹젤리제 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고 불리지만 이곳에서 매일 일하는 우리는 그렇게 확신할 수 없다”며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고, 유명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정작 프랑스사람들은 그런 것에 지쳐가고 있다”고 밝혔다.

샹젤리제 정원화프로젝트를 담당한 건축회사 PCA-stream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기준으로 샹젤리제 거리엔 하루 평균 10만 명이 지나가는데, 72%가 관광객”이라고 밝혔다. 8차선 도로엔 시간당 평균 3000대의 차량이 지나가 대기오염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시는 에펠탑 주변과 콩코드 광장 등 다른 명소 주변도 재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미 12차로로 나눠지는 개선문 광장을 중심으로 한 거리 및 샹젤리제에는 많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실제 파리의 낭만을 나타내는 홍보물에 이러한 광경이 쓰이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즉, 이미 조성된 거리에 색칠만 조금 더 하겠다는 것 치고는 너무 거대한 프로젝트 예산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