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이탄지(泥炭地·peatland) 복원청을 해체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기관명을 '이탄지 맹그로브 복원청'으로 바꾸고 권한을 더 강화한다.
안타라통신,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12월 23일 6명의 장관과 5명의 차관을 새로 임명하면서 이탄지 맹그로브 복원청장도 함께 임명한다.
인도네시아의 산림은 1억2000만 헥타르(ha)이고 이 가운데 이탄지 넓이는 1500만ha로, 대한민국 면적(1002만ha)보다 넓다. 이탄지는 나뭇가지, 잎 등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퇴적된 유기물 토지를 일컫는 말이다. 농민들이 팜 농장 등을 만들려고 이탄지에 배수로를 만들어 물기를 빼고, 건조된 땅에 불을 붙이면 유기물이 타면서 몇 달씩 연무를 뿜어내게 된다. 이탄지 개간은 지구 온난화를 막아줄 '탄소 흡수원'을 태워버림과 동시에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무로 인해 주변국에 손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2015년 역대 최악의 산불로 261만ha가 소실되자 이듬해 한시기구로 이탄지 복원청을 만들었다. 이탄지 복원청은 이탄지에 설치된 수로를 일종의 댐으로 막아 다시 습하게 만들고, 적합한 식재를 심어 산림을 복구하는 작업을 맡았다.
인도네시아의 이탄지 복원 작업에는 한국의 산림청을 비롯해 국제습지연합(Wetlands International), 세계자연보호기금(WWF) 등 해외에서도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탄지 복원청의 애초 예정된 존속기간이 지난 해 12월 31일 만료되고, 조코위 대통령이 '식량 안보'를 지키겠다며 이탄지를 포함해 싱가포르 면적 10배 크기의 경작지 개발 사업을 선포하자 이탄지 복원청이 해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조코위 대통령이 지난 해 7월 탈정부화와 예산 감축 목적으로 일부 기관 해체를 언급한 뒤 물도코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탄지 복원청의 임무 중 산불 관련은 재난방지청이, 이탄지 경작은 농림부가 맡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코위 대통령은 이탄지 복원청을 해산하는 대신 명칭을 '이탄지 맹그로브 복원청'(BRGM)으로 바꾸고, 존속 기간을 2024년 12월까지로 늘렸다.
이탄지 복원청 운영부문 차관 직무대행이던 하르토노가 신임 청장에 임명됨. 하르토노 청장은 "환경산림부가 맡았던 맹그로브 복원작업을 가속하는 임무도 가져오게 됐다"고 말했다. 맹그로브 숲은 동남아 해변이나 하구 습지에 발달하는 숲으로, 해안 재난의 '천연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