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절차가 개시됐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회사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백신 첫 출하물량 약 300만 회분(150만 명분)이 이날 미국 50개 주에 도착했다. 미국의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 대부분은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필수 인력이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과 병원 보안요원, 접수원 등 바이러스 노출 위험이 큰 직종 종사자들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다만 백신 접종 뒤 발열과 두통 등 부작용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대다수 병원은 직원들이 시차를 두고 백신을 맞도록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요양원에 거주하는 고령자들도 우선 접종 그룹에 속하지만 실제 접종을 받는 건 연말쯤이 될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예상했다.
당초 존 울리엇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행정부와 의회, 사법부 고위 관리들도 우선 접종 대상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에 포함된다는 것.
NYT는 미국 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는 2016년 수립된 ‘국가 연속성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염병 대유행 등 비상사태 시 미국은 정부의 지속적 운영을 위한 규약에 따라 3부 고위 관리자들을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명 발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을 먼저 맞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 “백악관 근무자들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백신을 후순위로 맞아야 한다. 그렇게 (규정을) 변경하라고 요청했다”며 “난 백신을 맞을 계획이 지금은 없지만, 적절한 시점에 접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선 접종을 사양한 배경은 확실치 않다. 다만 미 언론들은 처음 그가 백신 우선접종 대상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보도하며 정말 백신이 필요한 이들의 순서를 새치기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CBS뉴스 인터뷰에서 이달 말까지 2000만 명에게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월 말까지 누적 백신 접종자는 5000만 명, 2월 말까지 1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3월 이후부터는 백신 추가 확보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NYT는 미 행정부가 화이자와 백신 추가 구매 계약을 아직 맺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섀런 라프레니에르 NYT 기자는 NYT 팟캐스트에서 “3월부터 6월까지 백신 공백기가 예상된다”며 이를 ‘백신 절벽’으로 표현했다.
화이자는 7월과 10월, 11월 세 차례에 걸쳐 정부에 백신 추가 구매를 제안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고 NYT는 전했다. 미 정부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 한 제약사에만 투자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물론 화이자 백신도 FDA 승인을 받았지만 공급이 원활할지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이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