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파리 등 주요 도시에 계엄령을 방불케 하는 야간 통행금지 조처를 도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코로나19 방역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비상사태 기간은 17일부터 최소 4주로 예상된다. 이 기간에 파리와 인근 수도권인 일드프랑스와 마르세유, 리옹, 릴, 그르노블, 생테티엔, 툴루즈, 루앙, 몽펠리에 등 모두 9개 지역에서는 야간 통행금지 조치가 시행된다. 이 지역에는 프랑스 전체 인구인 6700만 명 중 20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통행금지 시간은 저녁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9시간이다. 이를 어길 시엔 135유로(약 18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후 반복적으로 통행금지를 어긴다면 최대 1500유로(약 200만 원)까지 벌금이 늘어난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바이러스의 확산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며 "이번 조치로 늦은 저녁과 밤 시간에 식당과 타인의 집을 방문하는 사람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최소한 2021년 여름까지 코로나19와 싸워야 한다"며 "모든 과학자들이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일일 확진자 수는 3000~5000명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정부의 통행금지 조처는 저녁 시간 손님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업체들에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식당, 극장, 영화관 등 오후 8시 이후 영업을 본격화하는 업종의 우려가 심각할 전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들 업종의 손실을 보상할 정부 차원의 재정적인 지원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이 저녁 영업 불가로 인한 손해를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프랑스 외식업체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야간 통행금지는 사실상 식당, 카페, 호텔 등의 봉쇄를 '위장'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나 프랑스 정부 역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태도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부는 아직 코로나19 방역의 통제력을 상실하지 않았다"면서도 지금 시기를 놓친다면 "두 번째 전면적인 이동금지령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의 5000개 중환자실의 32%를 코로나19 환자가 차지하고 있다"며 "이 비율을 10~1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코로나19에 따른 국가 보건 비상사태 선포는 이번이 두 번째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3월 24일부터 7월 10일까지 국가 보건 비상사태를 적용한 바 있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