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정부가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전망하면서 유대관계 구축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서로를 자주 추켜세우는 등 친밀한 관계를 과시해왔다. 그러나 최근 영국 각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바이든 후보 측과 연결 관계를 구축하려고 시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영국이 미국으로부터 냉대를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영국 총리실은 비공개 여론조사와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바이든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70% 이상에 달한다는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면서 승리 가능성은 85% 이상으로 높아진 것으로 예측됐다. 집권 보수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총리실은 이제 트럼프를 단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영국 총리실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양국 관계가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이미 지난달 영국이 북아일랜드를 브렉시트(Brexit) 희생양으로 삼는다면 영·미 무역협정을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경고했다.
미국 내 영국 외교관들은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 영국과의 양자 무역협정보다는 환태평양 무역협정, 아니면 유럽연합(EU)을 우선시할 것으로 예측하는 내용의 전보를 보내기도 했다. 다만 바이든 후보가 관여했던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살리기 위해 영국이 노력한 점, 그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보다 친화적이라는 점 등은 영국 정부 입장에서는 다행인 요소로 여기고 있다.
영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여러 장애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디 존슨 주영 미국대사는 만약 영국이 무역협정에서 미국의 염지 처리된 닭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스코틀랜드 연어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총리실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 대선과 관련해 양쪽 후보를 비교하는 것은 존슨 총리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판단, 겉으로는 객관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존슨 총리 최측근인 도미닉 커밍스 총리 수석보좌관은 각료들에게 트럼프 행정부와도 거리를 유지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