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로그인 검색

[글로벌-이슈 24] 코로나 백신 개발 선두 미‧중‧러, 자국 이익 실현에 '초점'

노정용 기자

기사입력 : 2020-10-12 02: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가 미국 다음으로 많은 브라질이 백신 등록 절차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AstraZeneca이미지 확대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가 미국 다음으로 많은 브라질이 백신 등록 절차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AstraZeneca
지난해 4월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중국해 한복판 스프래틀리 군도에 있는 티투 섬에 중국 어선 수백척이 몰려들자 "특공대를 보내 자살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고 중국을 향해 경고 발언을 던졌다.

그러나 1년 뒤인 올해 7월 두테르테의 호기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중국과 필리핀이 섬에 대한 영유권을 모두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무기가 있고, 우리는 없다.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는가?”라고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두테르테가 고분고분해진 이유는 곧바로 이어진 설명에서 추측할 수 있다. "9월이면 (코로나19) 백신을 입수할 수 있다. 나흘 전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게 ‘필리핀에게 우선적으로 중국산 백신을 공급해 달라, 만약 우리가 사야 한다면 외상으로 달라'고 간청(plea)했다”는 것.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장기화되면서 경제가 피폐해지자 세계 각국이 백신 구하기에 매달리고 있다. 이 틈을 노려 백신 개발 선두에 선 일부 국가들은 자국의 정치경제적 이익 실현에 백신을 이용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을 둘러싸고 정치적 역학관계가 얽히고 있는 것.

중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가장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WHO가 집계한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가운데 임상 3상을 실시하고 있는 백신은 10개로, 이 가운데 4개가 중국산이다. 시노팜, 시노백, 캔시노 등의 중국 업체가 이들 백신을 개발했는데, 임상 3상이 남미와 서남아시아, 중동에 집중돼 있다. 미국이나 유럽 내 임상은 아예 없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재선을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은 될 수 있으면 빨리 백신이 나오기를 재촉하고 있다. 트럼프는 “올 연말이면 백신이 나올 수 있다”며 내년 1월까지 3억 회 접종분의 백신을 확보하는 ‘초고속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정식으로 시작했다.

그러면서 “FDA와 CDC가 각종 인허가 절차를 단축시켜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실업률 등 경기 지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미국 유권자들에게 백신 출시의 확신을 안겨줌으로써 경기 반등 심리를 강화하고 이를 지지표로 흡수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전문가 그룹인 FDA와 CDC가 트럼프 의도에 수긍하지 않고 있다.

FDA는 최근 백신 개발 지침을 강화해 임상 3상이 끝나더라도 백신의 안전성 여부를 두달 이상 추적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럴 경우 내년 1월을 기한으로 설정한 ‘초고속작전'은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CDC 수장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별 것 아니다”는 트럼프 측근을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며 "미국의 코로나 사태는 결코 끝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러시아는 자체 개발한 백신 이름을 아예 ‘스푸트니크V'로 지었다. 미소 냉전 당시 인류 최초로 발사한 인공위성 이름을 본딴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임상 3상이 끝나지도 않은 이 백신을 브라질과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에 팔기로 했다. 또 빠르면 11월부터 세계 10여개국에 배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접촉하고 있는 국가들 역시 지역내 주요 국가들인 만큼 러시아 정부는 백신 개발로 인한 경제적 이득은 물론 정치적인 이익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이들 세 나라는 코로나19 백신을 자국의 정치경제적 이익 실현을 위한 지렛대로 폭넓게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백신의 형평성 있는 공급은 외면하고 있다.

WHO가 전 세계 국가들이 신속하고 균등하게 코로나19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공동 프로젝트인 ‘코백스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는데, 이들 세 나라는 모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WHO가 중국 편을 든다'는 이유로 코백스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별다른 설명없이 불참하고 있다. 코백스는 올해 말까지 20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으나 한국 등 64개국의 지원으로 현재 7억 달러 정도만이 모인 상태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

공유하기

닫기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톡
트위터

텍스트 크기 조정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