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방정부가 주정부의 중국 '일대일로' 사업 참여를 저지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주정부가 외국 정부와 독자적으로 맺은 계약에 대해 연방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이를 무효로 할 수 있는 입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경제 영토' 확장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이용해 호주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법안은 인프라 사업, 무역, 관광, 문화 교류, 과학, 보건, 대학 연구 협력을 비롯한 교육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모리슨 정부는 이런 내용의 법안을 곧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마이클 매코맥 부총리는 법안이 올해 안에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렇게 되면 연방 정부가 빅토리아 주정부의 일대일로 사업 참여 무효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모리슨 총리도 성명을 내고 "새로운 법은 호주의 모든 정부가 추진하는 계약들이 호주의 국익을 보호하고 이를 도모하는 데 부합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빅토리아 주정부가 중국과 합의한 내용을 뒤집을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지만, 역대 어느 행정부도 호주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거나 이에 대한 지지를 표하는 정책을 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새 법은 주정부나 지역 카운슬 그리고 대학 등이 외국 정부와 합의한 내용을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을 외교장관에게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호주의 8개 주정부는 세계 30개국과 최소 130개에 이르는 독자적인 합의를 맺고 있는데 새 법이 통과되면 모두 적용 대상이 된다. 야당인 노동당도 법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혀 새 법안은 의회에서 무난하게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모리슨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호주가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 외교적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나왔다.
앞서 호주 연방정부는 6월 통신·에너지·기술 등 국가 안보에 민감한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코로나19 책임론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문제 등으로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이 호주를 겨냥한 전방위적 '보복 조치'에 나서는 등 양국 관계도 어느 때보다 멀어진 상황이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