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테러 활동을 위해 운영하는 대형 '디지털 라이브러리(서고)'의 존재가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전략대화연구소(ISD)는 끈질긴 추적을 통해 IS의 디지털 라이브러리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다른 극단주의 그룹이 운영하는 소규모 서버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 드러난 콘텐츠는 최소 9만 건에 달한다. 방대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명 '칼리프(이슬람 신정 일치 지도자)의 저장고'에는 매달 1만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자 10명 중 4명은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를 경유해 접속했고, 주로 아랍권의 18~24세 남성인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과 영국의 대테러 당국자들도 꾸준히 디지털 라이브러리의 존재를 경고해왔지만, 단일한 서버가 아닌 여러 시스템에 분산돼 있었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마리가 잡힌 것은 지난해 10월 'IS 수괴' 아부 알바그다디가 미군의 기습공격 과정에서 자폭하면서 부터였다. IS를 지지하는 수많은 소셜미디어 게시물에는 짧은 링크가 달려있었고, 이를 단서로 9개의 서로 다른 언어로 작성된 문서와 영상물을 확보할 수 있었다.
디지털 라이브러리에는 2001년 미국 9·11테러, 2005년 7월 영국 런던의 연쇄 폭파, 2017년 5월 '맨체스터 아레나' 폭발 등을 비롯해 각종 테러 공격의 세부사항이 담겼다. IS의 철학 및 생활방식, 종교적 텍스트를 담은 콘텐츠도 있었다.
전략대화연구소 무스타파 아야드 부소장은 "공격을 계획하고 실행하기 위해 익혀야 하는 모든 것들이 담겼다"면서 "본질적으로 더 훌륭한 테러리스트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칼리프의 저장고'는 이런 콘텐츠들을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IS의 테러 활동을 뒷받침했다고 전했다. 캐나다 출신 팝스타 저스틴 비버 팬그룹을 비롯해 유명 인사와 연계된 소셜미디어를 해킹하고 테러 콘텐츠를 홍보하는 수법에도 활용됐다는 전언이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