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 제재에 시달리는 중국과 이란이 앞으로 25년간 정치·경제적 협력을 통한 ‘전략적 파트너’ 협정을 맺고 미국에 공동 대항안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이란은 이미 2011년의 포괄적·배타적 협력협정을 맺어 이란은 중국이 몇몇 유전과 가스전을 독점 개발할 수 있게 해줬다.
이 협정에 따라 중국 기업들은 이란의 특정 지역에서 탐사·시추·채굴은 물론이고, 필요한 인프라를 마음대로 지을 권리까지 가지게 되었다. 이 지역들에 드나드는 이란인들은 중국 측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중국은 시설 보안을 위해 병력까지 주둔시킬 수 있다. 그 대가로 이란이 얻은 것은 ‘안전보장’이다. 중국은 이란이 외국의 공격을 받을 경우 ‘자국이 공격받은 것과 똑같이’ 대응해주기로 약속했다.
이란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발 제재에 시달리는 이란과 중국은 양국 간 협력 내용을 담고 있는 18쪽짜리 보고서는 향후 25년간 정치·경제적 협력을 약속하는 '경제·안보 중심의 전략적 파트너’ 최종안이 마련됐다. 이란 정부는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란 일부에서는 아프리카의 사례를 들어 중국에 속고 있다는 불만를 표출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홍콩 문제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은 자국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시장이 절실한 입장이다. 공개된 내용에는 중국은 앞으로 25년간 이란에 금융과 통신 등 사회기반시설과 관련된 4000억 달러(약 48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 약 100건의 투자 계획에는 신공항, 고속철도, 지하철 건설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외에도 이란 서북부 마쿠, 페르시아만 연안 아바단 및 케슘에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하고 이란의 5G 이동통신 사업도 도울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이란에 중국이 개발한 위성항법시스템인 베이더우와 인터넷 방화벽 ‘만리방화벽’을 제공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야심찬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이란은 핵심 지역 중 하나다. 이란은 250억 달러 이상을 들여 노후 철로 1만km를 2025년까지 새로 깔기로 했고 중국이 고속철도 건설을 맡았다. 계획대로라면 신장위구르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을 지나는 유라시아 철도가 이란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란은 중국의 차관을 들여와 중국 철강을 사고, 중국 기업들에 공사를 맡김으로써 중국의 걱정거리인 철강 잉여분도 이 공사에 흡수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