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우리나라 70·80년을 연상케 하는 일이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10대 여학생의 머리를 강제로 자르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태국 10대 고등학생들이 학교의 엄격한 두발 규제에 반대하기 위해 만든 퍼포먼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태국 민주화 시위에서 10대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상은 주목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10대 학생들은 학교에 뿌리 박힌 군부 독재 문화 청산을 외치고 있다. 대표적인 요구 사항은 두발 제한 철폐다.
태국 학생들은 지금까지도 1970년대 초 군사독재 정권하에 제정된 두발 규정을 따르고 있는데, 여학생은 귀 위 길이의 단발머리, 남학생은 군인 스타일의 반삭발 머리를 해야 한다.
태국이 민주주의로 전환하면서 몇 차례 관련 규제가 완화됐지만, 학생들의 자율권을 보장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의견이다.
1980년 대 한국의 민주화 시위가 ‘넥타이 부대’의 참여로 6·29 선언을 이끌어 냈듯이 태국의 민주화 시위에 10대들의 참여가 어떠한 결과를 불러올지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군부 독재에 오랫동안 쌓여 온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기세다.
학생들은 독재에 반대한다는 의미의 세 손가락을 펼쳐 들며 노골적으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세 손가락 경례는 태국 반정부 인사들이 사용하는 수신호로 잘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태국 정부는 젊은 세대의 요구를 전혀 듣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태국인들은 지금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현 체제를 계속 고집한다면 젊은 층과의 마찰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태국의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에서 10대들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하다는 외부의 의견이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