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의 중재로 양국 협력에 대한 협정을 맺고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두 나라의 수교는 1971년 UAE 건국 이후 49년 만이다.
이번 수교 합의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점령해 실질적으로 통제 중인 요르단강 서안지구(West Bank)를 자국 영토로 공식 합병하지 않는 조건으로, UAE와 공식 수교해 서로 상대국에 대사관을 열기로 한 것이다. 이스라엘, UAE, 그리고 이번 합의를 중재한 미국은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공동의 조상 아브라함의 이름을 따서 '에이브러햄 합의'로 부르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사실상 미국과 이스라엘의 외교적 승리라는 분석이다. 이스라엘이 건국 72년 만에 처음 걸프 지역 아랍 국가와 수교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아랍연맹 22국 중 국경을 맞댄 이집트, 요르단과는 각각 1979년, 1994년에 평화협정을 맺고 수교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영토를 빼앗은 이스라엘을 인정해줘서는 안 된다는 인식 때문에 나머지 20국과는 수교하지 못했고, UAE와의 공식 외교 관계 수립은 아랍 국가와의 세 번째 수교가 된다.
주목되는 점은 이스라엘과 UAE의 외교 관계 정상화가 미국이 걸프 지역 아랍 국가들에 무기 판매를 확대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간 미국은 이스라엘의 군사력이 질적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아랍 국가들을 상대로 첨단무기를 판매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5월 UAE에 지뢰방호장갑차(MRAP) 4569대를 5억5600만 달러(약 6603억 원)에 판매한 바와 같이 이 지역에 대한 미국 무기 수출에 본격적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