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치인의 정치적 비중을 알아보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중앙텔레비전(CCTV)의 뉴스 출연 빈도다. 시진핑 주석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최근 60년대생 후춘화 부총리의 등장이 잦아지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후 부총리는 지난 4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4개월 동안 14번 지방시찰에 나섰다. 북으론 지린성, 남으론 하이난성, 동으론 저장성, 서로는 신장까지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았고 수행 인물 또한 상무부장 중산과 한창푸 농업농촌부장 등 국무원 각 부처 장관이 후 부총리를 수행했다.
그는 중국의 부총리 4명 중 서열 3위로 농업과 빈부타파, 사회보장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빈곤탈피개발영도소조 조장으로, 시 주석이 2020년까지 중국에서 가난을 몰아내겠다는 ‘전면적인 소강(小康)사회’ 달성을 위한 사업의 책임자 격이다.
중국은 2018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없앤 바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시진핑이 계속 주석을 맡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총리와 부총리, 국무위원은 연속으로 두 번 맡을 수 없다’는 중국 헌법 제87조 규정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2023년 봄이 되면 시진핑은 계속 주석으로 있겠지만 2013년 취임한 총리 리커창은 임기가 만료된다.
후춘화는 당초 시진핑-리커창의 중국 5세대 지도부에 이어 6세대 지도부의 리더로 꼽히던 인물이다. 중국엔 지도자 승계 문제와 관련해 현 지도자는 차기가 아닌 한 세대를 뛰어넘어 차차기 지도자를 낙점한다는 ‘격대지정(隔代指定)’의 묵계가 존재하는 데 그렇게 된다면 후춘화의 최근 행보는 리커창의 뒤를 이을 인물로 후춘화가 중국 정계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후춘화가 리커창의 후계자로 급부상하는 이유는 첫째, 그의 나이가 젊다는 점, 둘째, 현재까지 중국 총리들은 모두 부총리를 거치며 정치 수련을 해왔다는 점, 셋째, 정치 명문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이라는 점이다. 베이징대 출신으로 후베이성에서 정치 경력을 쌓아오며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알려진 후춘화는 2009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으며 많은 한국 인사들과 교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