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를 막기 위해 벨라루스 전국의 인터넷 연결을 대부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벨라루스 전 지역에서는 스마트폰의 인터넷 연결이 차단됐고 메시지 앱도 작동되지 않고 있다. 시위대는 겨우 연결된 와이파이로 인터넷 뉴스를 접한 뒤에야 인터넷이 왜 갑자기 연결이 되지 않는지 알게 되었는데, 이는 루카셴코가 자신의 대선 결과 승리에 불복하는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정보로부터 사람들을 차단하기 위해 인터넷을 모두 끊은 것이라는 것이 현지의 관측이다.
인터넷 연결이 끊기자 시위대는 정보를 얻지 못하는 상태이고, 반정부 독립 언론의 뉴스 사이트들도 모두 접속이 안 되는 상태다. 벨라루스의 TV 방송은 정부가 장악하고 있다. 나아가 벨라루스에서는 곧 전화 연결도 끊길 것이라는 소문도 퍼진 상황이다.
26년째 집권하며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는 지난 9일 치러진 벨라루스 대선에서 80%의 지지율로 다시 당선됐다. 그러나 이 같은 득표율은 현지 여론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정치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장기 통치에 대한 거부감에다 최근의 경제난과 코로나19 대응 실패까지 겹쳐 루카셴코에 대한 거부감이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가 공개된 직후부터 그의 장기 집권에 반대하는 국민들은 "부정 선거가 자행됐다"며 선거에 불복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벨라루스의 이 같은 상황은 독재국가들이 인터넷을 차단함으로써 시위를 잠재우는 새로운 전범을 만드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홍콩의 우산시위와 같은 경우 물론 인터넷 차단은 없었지만 충분히 이러한 방법으로 시위를 원천봉쇄하는 효과를 노릴만 하다는 것이다. 실제 개발도상국에서의 전국적 시위 같은 경우 이번과 같은 조치가 언제든 취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