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 차질이 가시화되면서 전 세계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론 유럽은 에너지 수급 차질로 인해 당장에너지 확보 곤란은 물론 1970년대 에너지 쇼크와 유사한 방식의 위기 극복 방안이 나돌고 있다.
또한 러시아에서는 에너지 수출 루트의 제약과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투자 철회 등으로 국부의 40%를 차지하는 에너지 자원의 효력이 감소할 처지에 놓여 있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침략국은 물론 피침략국과 그 주변국까지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유럽 에너지 공급 차질 따른 긴급 처방들
전쟁이 언제 끝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탈리아를 비롯해 일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석유나 천연가스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 중이다.
우선 70년대에 발생한 오일 쇼크 당시에 도입했던 심야 가로등 소등, 심야 가정 전기와 TV 등 절전, 차량 이부제, 흐릿한 조명, 공장 가동 제한, 여름 에어컨 사용 자제 등이 거론된다.
특히 “교역을 통한 변화 노선”을 고수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이 높아갔던 독일의 경우 재생에너지 비율이 40%인 외 석탄 화력 발전도 크게 줄였고 원전도 폐쇄정책을 추진해 왔기에 에너지 대란이 불가피하다.
독일은 상반기, 하반기, 내년까지 3단계를 전쟁 종료시기로 설정하고 각종 시나리오별로 에너지 수급 대책과 절전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시민들과 기업의 동참 없이는 에너지 수급 차질을 극복할 수 없어 고민에 처해 있다.
이외 파이프라인으로 들어오는 러시아 천연가스에 비해 두 배나 비싼 LNG 가스 수입 확대, LNG 가스 수입을 위한 항구 등 인프라 투자 확대, 원전 투자 확대, 태양광 및 해상 풍력 등 투자 확대가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 개발 차질 불가피
에너지 강국 러시아에 불어 닥치는 위기는 더욱 심대하다. 하루 1000만 배럴 정도 생산하는 석유의 경우 700만 배럴을 수출하고 300만 배럴을 국내에서 소비한다. 200만 배럴은 인도나 중국 등으로 수출하는 데 나머지 500만 배럴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추가 생산을 하는 것도 어렵다. 투자했던 글로벌 빅 오일 기업들이 대부분 철수를 결정해 시추나 생산에 필요한 장비나 기술을 적용하기 곤란하다.
생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의 약 60%를 외국계 자본으로부터 조달해 왔는데 그것이 단절되었다. 추가 생산을 위해 필요한 자체 기술력은 부족하다.
기존 유정 외 새로운 유정 개발은 기술 부족으로 불가능하다.
중국도 국제사회 제재에 둔감할 수가 없다. 중국 최대의 에너지 기업인 시노펙은 57억 달러 투자 협상안을 중단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도 러시아 투자를 연기하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최대 수요처인 유럽이 천연가스 수입을 올해 3분의 1로 줄이고 2027년까지 완전히 중단한다는 결의를 실행에 옮길 경우 러시아는 유럽 외 다른 수요처를 찾아야 하는데 이것은 쉽지 않다.
기존 파이프라인 외 신규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에다 LNG 선박까지 확보해야 하는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러시아는 안정적인 신규 투자처를 찾는데 어려움을 느낄 경우 인도나 중국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로서도 경제적 궁핍에 봉착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