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 4월 ‘마이너스 유가’ 사태를 기록한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던 국제 원유가격은 올해 7월 초에 정점을 기록 후, 변동성이 확대되며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일정 수준의 백신 접종률이 달성되면 팬데믹이 종식되고 완전한 일상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희미해졌고, 수요 성수기와 경기부양책 등 유가를 견인해온 주요 요소들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상승론이 대세를 점하고 있었으나, 7-8월 몇 차례의 급락을 거치면서 유가의 향후 향방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 석유산업연구소(PIRA) 등의 기관에서는 유가가 향후 점차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반면,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일부 투자은행에서는 최근의 유가 급변동은 급등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 과정이며, 조정을 마치고 나면 공급 부족으로 시장의 관심이 이동하면서 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분석이 가장 현실성이 있는 것일까? 미 에너지정보청(EIA),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 석유산업연구소(PIRA) 등의 기관에서 분석한 내용은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었다. 첫째는 물론 코로나19의 안정화이다. 이것은 이미 틀렸다. 둘째는 미국이 유가상승을 억제하리라는 것이다. 이 역시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 금리 조정 가능성 등 때문에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마지막으로는 첫 번째 조건과 연결된 된 것이지만 세계 경제의 본 궤도 진입이지만 이 또한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우리는 또 다른 조건을 고려해 봐야 한다. 첫째,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변이 바이러스에 따른 미국 등 선진국 수요회복과 부양책의 힘으로 유가 상승이 이루어지고, 둘째, 저유가와 ESG 이슈로 인해 미국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이 저하되어 OPEC+의 시장 점유율과 통제력이 늘어나고, 셋째, 상류 부문 투자 부족과 공급 차질에 대한 취약성 증가로 유가 급등의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들을 고려해 보면 국제 유가가 하향 안정될 가능성은 대단히 적어 보인다. 위의 조건이 이미 실행되고 있다. 나아가 해당 시나리오는 현재까지 대체로 적중하고 있으나, 오미크론 변이라는 의외의 요소가 수요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실물 수급 이외에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증가하는 등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유가 상승세는 물가 급등의 요인이다. 미국이 기준 금리를 올리고 FOMC 등을 통해 테이퍼링을 하는 이유가 바로 물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6월 국제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BOA는 지난 9월 중순 내년 국제유가를 배럴당 100달러로 예상하는 보고서를 냈는데, 이를 곧 바로 수정한 것이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원유뿐 아니라 석탄·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위기가 발생한 것이 유가 전망치를 올린 이유”라고 분석했다.
유가 상승의 원인은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투기 자본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OPEC+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 했다. 석유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황이 상당 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최근엔 미국 월가의 펀드 매니저들이 유가 상승을 예상하며 원유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금융정보 회사 EPFR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일주일 동안 에너지 관련 선물 주식에 투자된 돈이 7억5300만달러(약 8800억원)였다. 최근엔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서면 수익이 나는 선물 상품까지 등장했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국제유가도 단기간에 떨어지긴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 물가 부담뿐 아니라, 기업의 생산비용도 함께 상승해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배럴당 200달러 이상이면 수익이 나는 선물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성이 따르더라도 지금이라도 고유가에 대비하는 대책이 나와야 할 때이다.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개미들까지 이러한 상황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상황이고, 이 상황이 당분간 바뀔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
임성훈 기자 shyim9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