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국내 증시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상승했다. 코스피지수는 8일 종가 3001.08을 기록하여 지난 달 22일 이후 12일 만에 3000선을 회복하는 등 상승세가 역력했다. 10일에도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전날보다 19.34포인트(0.64) 하락하기도 했지만, 3010.23을 기록하며 한 주간 성적을 양호하게 마감했다.
이러한 상승장이 지난 주 계속된 데에는 국내·외 기관의 동반 매수세가 큰 기여를 했다. 외국인과 국내 기관은 한 주 동안 현물을 각각 3061억원, 9828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도 2조371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코스피지수의 상승을 주도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지난 주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 같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앞으로 당분간 코스피지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2월 회의이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FOMC에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강도와 속도를 어느 정도로 높일 지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 테이퍼링의 가속화는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진 데 기인한다. 미 노동부 또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6.8%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98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에너지와 식품 등 변동성이 큰 부분을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보다 4.9% 상승했다.
즉, 현재 미국에서는 물가 지표가 높게 나타나는 한편 고용 시장이 개선되고 있으나, 연방준비제도(Fed) 통화 정책의 초점이 고용에서 물가 안정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12월 FOMC에서 긴축 가속이 공식화하고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내년 글로벌 자산시장의 향방을 결정 지을 회의가 예정돼있는 만큼, FOMC 결과를 기다려 보아야 할 것임은 물론 장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관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FOMC를 전후해 발표될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수입물가지수도 확인해 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편으론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와 코로나19 확진자의 증가 추이를 관찰하여야 할 것이고, 이에 따른 기민한 반응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FOMC는 연준이 내년 중 실시할 통화 정책의 가늠자가 될 수 있으므로 매우 중요한 변수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에 따라 연준이 이번 회의를 통해 테이퍼링의 강도와 속도를 상당히 높일 가능성은 매우 커진 상황이다.
당초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이 내년 6월 테이퍼링을 종료한 뒤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는 테이퍼링 종료 시점을 3월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경우 연준은 내년 중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테이퍼링 규모는 월 300억달러(약 35조5000억원)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 중앙은행은 매달 국채 1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50억달러를 포함한 150억달러의 매입을 줄이고 있는데, 이를 내년부터는 규모를 다시 두 배로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미국이 내년 중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먼저 움직여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아질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울러 유동성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투자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함께 작용한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곧 발표되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조기 테이퍼링이 이뤄진다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물론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FOMC에 대한 경계감을 지나치게 높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 증시는 긴축 신호에 일찍이 몸살을 앓아왔으며,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연초와 비교해 현저히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우리 증시가 이미 기정사실이 된 내년도 금리 인상에 대해 충분히 내성을 쌓아온 만큼, 시장 기대에 준하는 긴축은 중립적인 신호로 보는 것이 옳다는 논리이나 이를 지난친 낙관론적 시각이라 보는 견해도 엄존한다. 이렇게 혼란스럽고 유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보수적인 선택이 가장 안정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변수는 코로나 확진자의 증가세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추이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이 확산 속도를 높인다면 매일 1만5000명이 확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위드코로나’를 실시하고 있는 세계 여러 나라가 다시 봉쇄에 들어가고 경제가 침체할 가능성은 상수이다. 물론 오미크론에 대한 자산 시장의 우려는 어느 정도 진정되는 모습이다. 증상이 기존 변이 바이러스에 비해 미미하다는 분석 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택은 오로지 투자자들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오미크론의 확산에 대한 우려는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문제는 다른 나라이다. 전 세계적인 타격을 우리나라만 비껴나갈 호재도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항상 어려운 선택이지만 FOMC의 테이퍼링과 내년에 예상되는 기준금리의 인상, 국채 매입의 축소는 안전한 투자를 권유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임성훈 기자 shyim9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