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 통화가 2시간이나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미국의 인프라 투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부 상원 의원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시 주석과의 전날 통화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어젯밤 시 주석과 2시간 연속으로 통화를 했다"며 "좋은 대화였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그를 잘 안다"며 "우리는 내가 부통령이었을 때 수년 동안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CBS방송 인터뷰에서도 부통령 시절 시 주석과 24~25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이후 3주 만인 전날 밤 시 주석과 처음으로 통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강경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잇따라 피력한 상황에서 이뤄진 통화였다. 이를 반영하듯 2시간이나 진행된 두 정상의 통화는 임기 초반 일정 기간의 정치적 밀월을 뜻하는 허니문은 고사하고 서로 핵심 이익을 내세우며 거친 설전이 벌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강압적이고 불공정한 경제적 관행과 홍콩에 대한 탄압, 신장에서의 인권 유린, 대만을 포함한 역내에서 점점 더 독선적인 행동에 대해 근본적인 우려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무역, 인권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이슈를 꺼내들고 시 주석을 압박했다는 뜻이다.
반면 중국중앙TV는 시 주석이 "대만, 홍콩, 신장 문제는 중국 내정"이라면서 "이는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걸린 문제인 만큼 미국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을 되받아친 것.
외신은 2시간짜리 이번 마라톤 통화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AFP통신은 "미국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으로 긴 상호대화"라면서 "미국 대통령은 대면 회담도 한 시간을 거의 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중국의 사례에 빗대 미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는 경계심도 드러냈다. 그는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중국이 우리의 점심을 먹어 치워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미국에서 점심을 먹어 치워 버린다는 말은 누군가를 이기거나 물리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양국 정상의 이번 이례적으로 긴 전화통화는 각자의 복심을 어느 정도 드러낸 반면 첨예한 양국의 시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통화 후 철도, 자동차 산업 등을 언급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