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부결한 이후에 공화당이 트럼프와의 관계 설정 문제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의회의 탄핵안 처리 과정에서 공화당의 하원의원 10명과 상원의원 7명이 이탈해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졌으나 절대다수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엄호했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상원에서 탄핵 심판이 끝난 뒤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면서 사실상 정치 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공화당은 오는 2022년 중간 선거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와 함께 당을 재정비하려는 친 트럼프파와 트럼프를 배제한 채 당의 진로를 다시 설정하려는 반 트럼프파로 갈라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전히 공화당의 수장이고, 트럼프가 2022년 중간 선거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상원 탄핵 심판이 끝난 뒤 트럼프와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트럼프가 공화당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우리는 그런 트럼프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나는 이기는 쪽에 서겠다”고 했다. 그는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을 다시 차지하려면 트럼프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7명의 상원의원 중 한 명인 리처드 버 노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을 대체할 인물로 트럼프의 차남 에릭의 부인인 라라 트럼프를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리처드 버 의원은 이미 중간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라라가 탄핵 심판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라 트럼프 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지난해 와이오밍주 상원의원 출마를 타진하다 포기했지만 내년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 출마 등을 노리고 있으며, 이방카 트럼프 역시 2022년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이나 주지사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경우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나 이방카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 출마할 것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활은 가족들로부터 시작될 것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