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독극물 중독 치료를 받고 귀국한 후 체포돼 구속 중이던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노놉스키 구역법원은 지난 2월 2일 화장품 회사로부터의 불법 금품 취득 관련 혐의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 취소 공판에서 나발니의 집행유예를 3년 6개월의 징역형으로 전환하라고 판결했다.
타스통신은 나발니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미 1년 정도를 가택연금 상태로 보낸 만큼 앞으로 남은 2년 8개월을 복역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계산에 따르면 나발니는 2023년 10월이 돼야 출소할 수 있다.
검찰은 나발니가 집행유예 기간 동안 최소 6차례 감시기관에 나오지 않았으며, 출두하지 않으면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음을 미리 경고했다고 이날 법정에서 주장했다. 나발니 측 변호인단은 “독일에서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 치료가 길어져 감독기관에 나갈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나발니의 집행유예 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나발니의 변호인단 측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법정에 나온 나발니는 “이 사법 절차는 한 사람을 투옥해 수백만명을 겁주려는 것”이라며 “나는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으며 계속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도둑질하는 작은 꼬마’라고 부르면서 “그는 독극물 암살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감시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 법원 근처에서 나발니 지지자들이 모여 석방을 촉구했고, 1100명 이상이 경찰에 연행됐다.
미국과 유럽권 국가들의 지도자들은 나발니의 실형 판결을 비판하고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나발니를 비롯해 불법적으로 구금된 수백여명의 러시아 시민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도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했다.
나발니가 구금된 상황에서 아내 율리야는 반정부 운동을 주도할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율리야는 나발니가 지난해 8월 독극물 중독으로 중태에 빠졌을 때 병원 계단에서 즉석 기자회견을 열어 남편이 처한 실태를 언론에 폭로하는 등 나발니를 적극 지원해왔다. 나발니의 근황과 자신의 시위 참여 상황을 전하는 율리아의 인스타그램 팔로잉 수는 103만명을 넘었다.
러시아 정치학자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율리야는 나발니를 용감하게 지원해왔고, 나발니의 구금이 길어진다면 율리야가 정치 경력을 쌓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지난달 러시아 언론 폰탄카에 말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율리야가 올해 열리는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