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등유에서 재생에너지로, 유선통신망이 모두 깔리기 전에 바로 4G/5G로 건너뛰는 ‘립프로깅’(모든 단계를 밟지 않고 개구리 점프하듯 한번에 기술도약을 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가 태양광과 풍력에 올인한다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석유와 가스가 아프리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알제리는 수출액의 95%, 정부 세입의 52%, 국내총생산(GDP)의 25%가 화석연료에서 나온다. 적도기니 같은 곳은 정부 세입의 80%, GDP의 50%를 화석연료에 기대고 있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석탄·석유는 원리금 회수가 어려운 ‘좌초자산’이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는 좌초자산이 산업 한두 개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존망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다. 동시에 이들도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아프리카연합(AU)이 펴낸 보고서를 보면, 아프리카는 원유 75%를 외국으로 수출하고 이렇게 벌어들인 외화로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원유 순수출국이면서 석유 완제품 순수입국이기도 한 대륙은 아프리카가 유일하다. 밑 빠진 독처럼 원유로 벌어들인 돈이 다른 재화 수입으로 빠져나간다는 의미다.
또한 아프리카의 화석연료 의존은 환경에만 부담되는 게 아니라 기후변화 시대에 변화하지 못하고 계속 취약한 상태로 남게 되면 리스크가 이자에 반영돼 부채 부담이 늘어난다.
영국 임페리얼대 비즈니스 스쿨과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기후위기 취약성으로 말미암아 아프리카는 620억 달러(약 68조4000억 원)의 추가 이자 비용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향후 10년 동안에는 이자 비용이 1460억∼1680억 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로 도약하는 데에는 아직 많은 걸림돌이 존재한다. 독자적인 기술이나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의지만 갖고 되는 게 아니다. 지난 1월 영국 BBC방송은 한 연구를 인용해 “아프리카가 에너지 부문에서 립프로깅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2030년이 돼도 여전히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9.6%에 머물 것”이라며 “발전소 건설 계획은 중간에 엎어지는 경우가 워낙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북아프리카는 그나마 상황이 좋아서 건설 계획의 91%가 제대로 추진되지만 동부나 중앙아프리카는 성공률이 각각 71%, 52%에 머물고 있다.
국민 1인당 탄소발자국(2017년 이산화탄소 환산 톤(t) 기준)은 미국이 16.5t, 호주 15.4t, 네덜란드 9.9t, 중국 7.5t 등이다. 이에 비해 우간다, 르완다, 차드 같은 아프리카 국가는 0.1t 정도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아프리카는 기후변화에 있어 책임은 가장 작은데도 상대적으로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 의식을 갖고 녹색기후기금(GCF)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선진국의 공여액은 목표 금액에 한참 못 미치는 형편이다. 즉,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돕겠다고 하면서도, 대체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아프리카가 매장된 화석연료를 포기한다면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은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국가들이 지불해야 할 것이나 선진국들의 아프리카에 대한 정책은 그러한 환경적 고려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