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 대표에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가 선출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충성파로 꼽히는 라셰트가 새 대표로 선출되면서 메르켈의 정책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기민당이 지난 16일 진행한 당대표 2차 선거에서 라셰트 후보는 과반인 521표를 얻어 상대 후보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원내대표(466표)를 꺾고 승리했다. 이는 1차 선거 분위기를 뒤집은 결과다. 1차 선거에서는 한때 메르켈 총리의 라이벌이었던 메르츠 후보(385표)가 라셰트 후보(380표),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하원 외교위원장(224표)을 앞섰다.
하지만 확보한 표가 과반이 되지 않아 1, 2위 후보의 2차 선거가 진행됐고 결국 라셰트 후보가 승리를 가져갔다.
이날 승리 연설에서 라셰트는 "다가오는 지방 선거에서 잘 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집권여당으로 총리직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더 중요한 선거가 아직도 우리 앞에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지지도가 급상승한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과 공동 출마한 라셰트 총리의 대표 선출은 '메르켈 기조' 유지를 의미한다. 메르켈 총리가 수십만명의 난민과 망명 신청자들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당 내에서도 강한 반대가 일었던 2015년 당시에도 메르켈을 지지한 인물이 라셰트다. 사회적 결속과 사회적 시장경제를 앞세운 그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냉철한 접근을 표방하고 극단적 정치적 입장을 피한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오는 9월 총선에서 기민·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승리하면 라셰트는 16년째 집권 중인 메르켈을 이을 새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기민당의 정당 지지율은 35∼37%로 사회민주당(SPD)이나 녹색당, 좌파당 등보다 높다. 다만 마르쿠스 죄더 기독사회당 대표 등과 같이 기민·기사당 연합 내 다른 인사가 총리 후보로 직접 나설 여지도 있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