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과 극적인 ‘포스트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타결을 봤지만, 호평만 나오지는 않으며, 내우외환에 직면하고 있다.
당장 자국 어민들 사이에서 합의에 대한 불평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어업인협회(NFFO)는 지난 해 말 발표한 성명을 통해 “국가의 다른 목표를 위해 어업이 희생됐다”며 “합의를 ‘대단한 승리’로 포장하는 영국 정부의 공격적인 홍보 활동이 진행되겠지만 어업 관점에서는 패배로 볼 수밖에 없다”고 항의했다. 이들은 “정부가 약속을 뒤로 하고 어업 분야에서 EU에 항복한 데 대한 배신감과 분노, 환멸이 어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영국과 EU는 지난 12월 24일 도출한 미래관계 협정 합의안에서 올해부터 5년 6개월에 걸쳐 EU 회원국 어선이 영국 수역에서 잡을 수 있는 어획량 쿼터를 지금보다 25% 줄이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합의로 “영국 수역 전체 어획량에서 영국 어선이 가져가는 양이 3분의 2로 늘 것”이라고 자화자찬. 존슨 총리는 미래관계 협상 타결을 알리는 기자회견에 물고기 무늬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현재 영국 수역 내 EU 어선 어획량은 매년 6억5000만 유로(약 8750억 원) 상당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최대 불만은 여전히 전체 어획량에서 영국 어선의 비중이 턱없이 적은 해역이 존재한다는 것. 예컨대 영국해협과 켈트해의 경우 현재 영국 어선의 몫은 전체 해덕대구 어획량의 10% 안팎에 불과해 향후 쿼터가 조정돼도 어획량 대부분을 EU 어선이 가져간다는 게 NFFO의 설명이다.
영국의 국내정치 뿐만 아니라 브렉시트는 대미 외교에도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ㆍ영국 간의 특수한 우호 관계가 올해부터는 예전보다 덜 특수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단 영국이 EU 논의에서 제외됨에 따라 이제 미국이 영국을 통해 독일이나 프랑스, EU 집행위원회에 영향을 미칠 필요가 없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더욱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다자주의 체제를 선호하고 있어 존슨 총리와는 반대의 입장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이 영미 관계의 부흥기를 열겠다고 외치다 산통이 깨진 형국”이라며 “올해 1월부터는 미국은 EU를 우선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케냐인 자손이어서 영국 제국에 조상이 물려준 혐오를 품고 있다는 극우 발언으로 바이든 당선인 우군인 민주당 인사들한테 미운털이 박힌 존슨 총리에게는 이런 난국을 타개하는 일이 더 쉽지 않다는 게 현지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