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장기 집권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해 말 전직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해 면책특권을 주는 법안에 서명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법안은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뒤에도 형사·행정 책임을 지지 않고 체포나 구속, 압수수색 등을 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임기 중 면책특권을 고려하면, 러시아에서는 한 번 대통령이 되면 영구히 형사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면책특권은 반역 등 중대범죄 혐의를 하원이 제기하고 상원이 인정하면 박탈된다. 그러나 하원의 혐의 제기와 상원의 인정은 상당히 까다로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책임 추궁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며, 결국 푸틴 대통령 자신에 대한 ‘셀프 사면’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 법률은 푸틴 대통령과 앞서 퇴임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다. 1991년 소련 해체로 러시아가 독립한 뒤 보리스 옐친이 1·2대 대통령을 지냈고, 이후 푸틴이 3·4, 6·7대, 메드베데프가 5대 대통령을 역임했다. 옐친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사망했다.
푸틴 대통령도 2024년 퇴임하면 이 법률의 적용을 받게 된다. 실제 푸틴 대통령이 건강문제나 낙선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면책특권 법안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월 ‘대통령 연임’과 관련한 헌법 조항을 개정해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놨다. 현재 68살인 그가 84살까지 집권할 수 있게 된 셈이어서, 면책특권은 실제 불필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