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을 가장 열렬히 지지하는 정치평론가들조차 인정하는 한 가지는 트럼프가 미 연방법원에 자신의 임기는 물론 시대를 뛰어넘는 깊은 영향력을 앞으로도 수 십년 동안 남길 것이라는 사실이다.
트럼프는 대선 후보 경선에서부터 그의 존재를 미심쩍어 하는 공화당원들을 설득하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연방판사에 보수적인 공화계 인사들을 임명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런 다음 대통령직에 오르고 나서는 주로 외부의 보수적인 법관단체들과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상원의 공화당 세력을 등에 업고 무려 230여명의 연방 법원 판사들을 임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가장 최근에 임명한 3명의 대법관들도 포함되어 있다.
사실상 미 상원은 민주당의 끊임없는 비판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에게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한 달 이상 트럼프가 뽑은 법관들에 대한 인준을 계속하고 있다. 이 같은 트럼프의 법관 임명 영향력은 수십 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평생직인 연방판사로 트럼프가 임명한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아직 30대의 연령이다. 그가 뽑은 3명의 대법관도 앞으로 최소 30년은 계속 근무해 21세기 중반까지도 재임할 것이 확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법원 외에도 전국의 연방 항소법원 판사의 30%도 트럼프가 임명했다. 항소법원은 극소수 사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판결이 종결되는 중요한 재판소다. 중요한 것은 판사의 숫자만이 아니다. 트럼프가 남길 실질적인 영향력의 크기는 앞으로 수년 동안 낙태법, 총기규제법, 종교와 신앙의 권리, 성적 소수자 문제를 비롯한 수많은 사회갈등과 문화전쟁의 판결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결과에 대한 번복을 노리며 제기한 수많은 대선관련 소송에서는 그 동안 트럼프의 법관임용 덕에 판사직에 오른 수많은 판사들이 그의 주장을 기각했다. 그러나 대선소송을 제외한 많은 부문에서는 트럼프의 법관 임명의 영향이 나타나 보수파가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대법원은 뉴욕주 정부가 코로나19의 대확산의 중심지에 교회와 유대성전 등의 종교모임 인원을 제한하려는 행정명령에 위법 판결을 내렷다. 트럼프가 가장 최근 임명한 에이미 배럿 대법관이 결정적인 5번째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 9월 플로리다주에서 전과범의 투표권 회복여부를 두고 열린 제11번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는 트럼프가 지명한 5명의 판사가 6대 4로 이를 허락하지 않는 쪽으로 판결하는 데에 가담했다. 애틀랜타에 있는 이 항소법원은 트럼프가 처음 대통령이 되었을 때만해도 민주당이 지명한 판사가 다수였다.
트럼프는 2017년 1월 취임하자마자 공석인 대법관석을 비롯해서 총 104개의 판사직을 새로 임명했다. 공화당은 이미 오바마 정부의 마지막 2년 동안에도 법관 인준권한이 있는 상원의 다수의 힘을 이용해서 민주당 인선을 기각시켰다. 그 당시 오바마가 임명한 법관 가운데 인준을 통과한 사람은 불과 28.6%에 불과했다. 트럼프 취임 후 첫 2년 동안 공화당은 30명의 항소법원 판사와 53명의 연방지법원 판사의 임명에 성공했다.
한편 트럼프가 지명한 극우 또는 강경 보수파 성향의 법관들은 앞으로도 수십 년간 미국의 진보적 사법 개혁을 가로 막거나 과거로 퇴행하는 보수반동적 판결 결과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