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중국과 군사동맹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그후 두 달 뒤인 지난해 12월 양국은 공중 화력의 상징인 전략폭격기를 동시에 투입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함께 침범했다. 최고조로 치닫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수준을 감안하면 안보 결속의 ‘끝판왕’ 군사동맹까지 거론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한걸음 물러나 있는 모습이다. “현재의 협력으로 충분하다”는 것. 미국에 맞서 국제사회의 우군을 끌어들이려 총력을 다하는 중국이 유독 러시아와의 군사동맹에 부정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우선 한국과 미국, 미국과 일본처럼 군사동맹을 맺으려면 공동의 위협과 가치, 상호이익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미국의 패권주의와 아시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미국 주도 집단 안보체제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사회주의 정치이념을 공유해 가치관의 이질성도 적은 편이다. 러시아가 수출하는 군사장비의 12%(2018년 기준)는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양국은 2017~2020년 군사협력 로드맵을 통해 안보 의존성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이익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다. 중국은 러시아와 군사동맹으로 묶이면 전략적 유연성이 상실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최근 글로벌타임스에 “나토와 대립하는 러시아가 유럽연합(EU)과 충돌할 때 동맹이라는 이유로 중국이 끌려간다면 유럽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강대국 간 군사동맹은 구시대적이고 경직된 협력 모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가 중국의 동맹이라면 인도는 미국 편으로 더 쏠려 중국과의 긴장수위를 높일 수도 있다. 인도는 러시아에 우호적이지만, 국경을 맞댄 중국과는 유혈사태를 감수하며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러 동맹은 중국의 입장에서 러시아라는 완충재를 잃는 독배나 다름없다. 군사 억지 측면에서도 러시아는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국은 미국의 항공모함과 중거리미사일을 최대 위협으로 여기고 있어 이해관계에 간극이 존재한다.
특히 중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미국과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이어 러시아를 정조준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러시아와 지나치게 밀착하는 건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 GDP가 중국 광둥성 규모에 불과해 경제 격차가 큰 것도 러시아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양진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이 촉발한 전쟁에 내몰려 나란히 싸우도록 강요당하는 최악의 경우가 아닌 한 군사동맹은 최후의 선택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