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로그인 검색

CNN “러 독극물팀이 나발니 독살 시도...요원 신원 확인”

노정용 기자

기사입력 : 2020-12-29 17:26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가 러시아 연방 보안국(FSB) 산하의 독극물 팀에 의해 자행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CNN, 영국 벨링캣, 독일 더슈피겔 등이 공동으로 탐사취재에 나선 결과 CNN은 당시 통화내용, 여행 기록, 서류 등을 통해 지난 8월 나발니 독살 시도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FSB 특수요원들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FSB의 독소·신경제 전문팀에는 리더 올레그 타야킨과 최소 6명의 요원이 소속돼 있다. 이 팀은 의사와 독극물 학자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로 3명 단위로 움직였다. 타야킨 위에는 FSB 국장인 알렉산드로 보르트니코프와 고위급 간부인 블라디미르 보그다노프 소장이 있다.

나발니는 FSB의 꾸준한 감시 대상이었다. 2017년 이후 나발니의 여행 경로를 30차례 이상 따라다닌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독일 모처에 머물며 회복 중인 나발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추적을 받아왔다는 사실에 큰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나발니의 독살 시도가 있기 몇 주 전 보그다노프 소장 등 이 팀의 지휘부는 신경제 연구 전문가들과 연락을 취했다. 보그다노프는 지난 7월 2월 크렘린 고위 당국자, 푸틴 대통령의 측근과 통화하기도 했다. 나발니와 아내는 다음 날인 7월 3일 칼리닌그라드의 한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기 시작했는데, FSB 팀 중 최소 3명이 이곳에 나타났고 나발니 부부 체류 당시 호텔 감시 카메라도 꺼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7월 6일 나발니 아내가 갑작스러운 피로감과 함께 방향감각 상실 등 이상증세를 보였다. 나발니는 "아내가 겪었던 증상은 내가 독극물 공격을 받았을 때와 똑같은 증상이었다"고 말했다.

나발니의 독살 시도가 이뤄진 시베리아 여행 때는 요원 5~6명으로 구성된 2개 팀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8월 20일 나발니는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CNN은 당시 기장이 모스크바로 가지 않고 긴급히 도움을 받기 위해 옴스크로 비행기를 틀었는데, 이 판단이 나발니를 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발니가 옴스크 병원에 도착할 무렵 FSB 지도부와 2명의 독극물 팀 구성원 간 통화가 연달아 이뤄졌다. FSB 최고 수장인 알렉산드로 보르트니코프 국장이 이 팀 간부와 통화한 기록도 취재결과 드러났다. 나발니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사흘 뒤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의식을 되찾았다. 독일 정부는 나발니에게서 냉전 시대 말기 구소련이 개발한 노비촉 계열의 화학 신경작용제가 사용됐다는 증거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서방 정보기관들은 그동안 독살 시도의 책임이 FSB에 있다면서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적인 나발니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나발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에 푸틴 대통령이 개입됐을 것으로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CNN은 독살시도에 간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올레그 타야킨 요원을 찾아갔으나 인터뷰를 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

공유하기

닫기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톡
트위터

텍스트 크기 조정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