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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20돌 맞는 상하이협력기구(SCO)와 글로벌 역학구도

노정용 기자

기사입력 : 2020-12-27 10:29

시진핑(왼쪽 세 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0차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왼쪽 세 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0차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는 지난 11월 10일 모스크바에서 제20차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설립 20년을 맞았다. 2001년 출범한 SCO 회원국은 현재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크스탄 등 8개국이며, 이들 회원국이 세계 인구의 40%를 차지하면서 경제적으로 세계 GDP의 25%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SCO는 러・중 양국의 주도하에 영토불가침, 국내문제 불간섭, 다자적 국제질서를 주창하면서 군사적 신뢰구축, 대테러 공조, 미국 및 NATO 확산 견제, 경제통합의 과정을 통해 아래와 같은 성과를 거두며 자유국제질서에 대항하는 주요한 다자안보협력기구로 발전했다.

첫째, SCO는 탈냉전 초창기에 중국의 주도하에 중앙아의 군사적 신뢰구축과 안정에 주력했다. 1990년대 초 구소련의 해체로 발생한 권력의 공백이 중국의 주도적인 역할에 유리한 여건을 제공했다. 구소련의 해체로 중앙아 5개국이 독립하자 중국의 최대 현안은 인접한 러시아 및 중앙아 국가들과 국경선을 조기에 획정하는 것이었다. 중국은 1990년대 하반기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과 국경 협정을 체결했고 2008년 러시아와 4300㎞에 이르는 국경분쟁을 종결했다. 중앙아 신생국가들은 정권에 위협적인 민주주의 확산을 경계했고 안보적인 이유로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환영했다. 마침내 1996년 상하이에서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크스탄 5개국 정상이 모여 국경지역에서의 군사력 축소 등 신뢰구축 방안에 합의했으며, ‘상하이-5(Shanghai Five)’라는 협의체가 탄생했다. ‘상하이-5’ 정상들은 2001년 6차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21세기 국제질서의 다극화 시대에 새로운 도전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SCO의 공식출범을 선언했고 우즈베키스탄이 6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그리고 2004년 SCO 사무국이 베이징에 설치됐다.

둘째, SCO는 회원국 간 신뢰구축을 토대로 중앙아에서 미국과 NATO 확산을 효과적으로 견제해 오고 있다. 미국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대테러작전을 위한 병참기지를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즈스탄에 설치하면서 중앙아에서 영향력을 제고시켰다. 2005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키르기즈스탄의 튤립 혁명과 우즈베키스탄 안디잔(Andijan)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고 미국은 안디잔 시위에 대한 우즈베키스탄의 무력진압을 비난했다. SCO 회원국은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보고 민주화의 확산을 경계했다. 마침내 2005년 SCO 정상회의는 중앙아 소재 미군 기지의 철수를 요구하는 등 본격적으로 미국을 견제하기 시작했으며, 2006년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가 2002년 구소련 지역의 집단안보를 위해 창설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가입했다. 2014년 키르기즈스탄 소재 미군기지가 철수하자 러시아와 중국은 중앙아에서 우월적 세력권을 구축했으며 러시아는 군사안보 동반자로서, 중국은 경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분담해 오고 있다.

셋째, SCO는 2001년부터 테러주의, 극단주의, 분리주의를 3대 악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안보협력을 강화해 오고 있다. 미국을 강타한 2001년 9・11 테러사건은 SCO 회원국 간의 반테러협력 강화에 구심점을 제공했다. 2004년 SCO 반테러센터(RATS)가 우즈베키스탄에 설치됐으며, SCO는 정기적으로 반테러 합동군사훈련(Peace Mission)을 개최해 오고 있다. 피스 미션(Peace Mission) 규모는 계속 확대돼 2018년 회원국의 참가 병력이 3000명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SCO를 통해 중앙아에 인접한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19세기 중국에 통합된 이슬람 신장지역의 위구르 소수민족들은 중앙아 이슬람 국가들의 독립에 고무되어 분리 독립을 위한 시위를 계속 해오고 있으며 중국은 군대를 파견하여 이를 진압하고 있다. 신장지역은 홍콩, 대만, 티베트와 함께 중국 안보에 중요한 핵심 변방지역이며, 중국은 중앙아 이슬람 테러 집단들이 위구르 무슬림을 지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넷째, SCO는 무역 및 투자환경 개선 등 경제협력을 강화해 오고 있다. 특히 경제 강국인 중국은 SCO 개발은행 및 자유무역지대(FTA) 창설을 주장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자국 중심의 세계 물류망 구축을 위해 일대일로(BRI)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의 교차로에 위치한 중앙아는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지역이며, 석유 및 가스가 풍부하여 중국의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 되고 있다.

다섯째,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미・중 간 패권경쟁 심화 등 신냉전이 도래하자 SCO는 자유국제질서에 대항하는 권위주의 국가들의 주요한 연합체로 부상하고 있다. 우선 중국은 태평양에서 미국이 대항할 수 있는 중요한 버팀목으로서 SCO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북방 대륙 지역과 태평양 연안 지역에서 안전 확보가 중요하며, SCO를 통해 북방지역의 안정을 확보하자 2013년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 설치 등 태평양과 인도 양에 공세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SCO는 미국과 NATO의 확산에 대항하기 위해 외연의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몽골, 벨라루스, 아프가니스탄, 이란은 옵서버국이며, 아제르바이잔, 터키 등 6개국이 대화상대국이다. 이란은 미국 등 서방의 제재조치에 대항하기 위해 2008년부터 SCO 회원국 가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의 가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SCO 규정상 유엔의 제재 대상국은 회원국이 될 수가 없어 이란의 가입이 지연되고 있다. 유엔의 대이란 제재가 해제되면 이란의 SCO 가입이 가능하며, SCO가 중동지역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SCO의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최근 회원국인 인도와 중국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인도는 중국의 일대일로 핵심사업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건설(460억 달러)이 중국의 인도 포위 및 아시아 지배에 있다고 비난하고 있으며, 2020년 6월 중국-인도 간 국경선 충돌이 발생하자 자국의 5세대 이동통신 구축사업에 중국기업의 배제를 선언했다.

중앙아 국가들도 중국과 러시아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 등 제3국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SCO 군사훈련에 동참하면서도 이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 등 NATO측과 합동군사훈련인 스텝 이글(Steppe Eagle)을 정기적으로 주최해 오고 있다. 우즈베키스탄도 SCO 군사훈련에 병력을 파견하지 않고 옵서버로 참가하는 등 안보협력에 대해서는 선을 분명히 긋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의 뒷마당인 중앙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증대를 경계하고 있다. 2017년 러시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전략적 동반자인 인도의 가입을 희망했고 중국은 적대국인 인도를 견제하기 위해 파키스탄의 가입을 희망했으며 타협안으로 인도와 파키스탄의 동시 가입이 성사됐다. 중국도 러시아가 과도하게 SCO를 반서구적인 다자기구로 활용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앞으로 러시아, 인도, 중국, 파키스탄 4국 간의 상호 관계가 SCO 발전에 주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3대 악의 대처 및 미국과 NATO의 확산에 대한 견제에 이해가 일치하는 만큼 SCO를 통해 한반도 등 유라시아에서 주요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SCO의 한반도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력을 방지하기 위해 동맹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지난 11월 25일 서울에서 개최된 13차 외무장관급 한・중앙아 협력포럼의 내실화 등 다각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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