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동부에 위치한 폴란드. 한국의 유럽 진출 관문 위상을 확실히 잡아가고 있다. 유럽의 전역으로 이어지는 교통망과 자유로운 시장경제, 뛰어난 노동력 등이 투자 기회다.
탈(脫)냉전 이래 한국이 동유럽과 중부 유럽에 시장을 넓혀나갔던 당시부터 폴란드는 주요 기업의 교두보였다. 2020년 7월 기준 대(對) 폴란드 총 투자 누적액은 약 36억 달러이며, 신고 법인 수는 총 286개사가 현지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중동부 유럽 지역의 최대 시장
폴란드는 중동부 유럽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으로 인구는 3800만 명이다. 1000만 명 수준인 체코나 헝가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거대한 내수 시장이다.
경제규모는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3개국을 합친 것보다 크고 지리적으로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발틱 3국, 체코, 슬로바키아 등 7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서유럽에서 수입된 완제품과 원부자재가 이들 국가로 재수출되는 물량도 상당하다.
이런 이유로 EU 역내의 제조업 기지로 급부상 중이고 1억의 시장 규모를 자랑한다. 이런 이점으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EU 회원국 중 유일한 플러스 성장을,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에도 EU 회원국 평균 경제성장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성장을 했다.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활동 중단으로 경제성장률이 –3% 후반을 기록했으나 EU 27개 국가 가운데 최상위 수준을 보였다.
폴란드의 강점은 지정학적 위치를 잘 활용한 데다 활발한 자유시장 경제, 싸고 뛰어난 근로자들의 수준, 상대적으로 여타 국가 대비 기업하기 좋은 인프라 등이 작용하고 있다.
◇한국 직접 투자는 아시아 최대
한국 기업들은 2013년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이래 폴란드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한국이 계획대로 부동산, 원자력, 공항건설로 더 진출한다면 폴란드는 한국의 유럽연합 관문이 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폴란드투자무역기구(PAIH)에 따르면 한국의 폴란드 경제 투자는 2018년 이미 중국을 넘어서 아시아 최대의 투자자가 되었다. 한국 기업들은 지난 5년 동안 폴란드에 약 51억 유로를 투자했다. 그리고 더 많은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폴란드 신공항 건설 참여 기대
이런 여세를 몰아 폴란드는 한국의 유럽 진출 관문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지난 2월 코로나19로 화상회의로 진행됐지만 국토부 변창흠 장관과 폴란드 인프라부 특명전권 대표는 폴란드의 신공항 개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같은 시기 폴란드 공항 관계자는 “한국 국토교통부와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허브가 한국의 유럽연합 진출의 관문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계획대로 라면 인천공항은 바르샤바에서 45㎞ 떨어진 폴란드 항공 허브인 중앙 교통항구(CPK)의 전략 파트너가 될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바르샤바 쇼팽 공항의 시설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7년 개항을 목표로 신공항을 건설한다.
또한 공항철도 등 접근 교통시설과 주변 배후도시 조성 등 도시개발 분야도 포함하고 있어 신공항 관련 인프라 전반에 광범위한 교류·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유럽 최대 규모의 복합운송 허브를 건설하기 위한 무역·컨벤션, 호텔, 레저, 연구개발(R&D) 등 공항 배후도시 개발이 포함된 초대형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공항·접근 교통시설·도시개발 등 3개 부분에서 약 10조 원 규모의 사업이 된다.
양해각서가 체결되면서 폴란드 신공항 설계·건설·기자재 수출·공항 운영을 비롯한 신공항 사업 각 분야에 국내 기업의 진출이 기대된다.
◇한국수력원자력, 폴란드 원전 건설 참여 제안
폴란드는 기후환경 변화와 탈탄소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석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발전을 다각화하기 위해 원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980년대 초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시작했지만 1990년에 폐기한 바 있는 폴란드는 2020년 9월 ‘청정 경제 전환’ 노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2040년까지 최대 6기의 원전을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원전에 337억 유로를 투자해서 2033년에 첫 가동할 계획이다.
PEP2040이란 별칭이 붙은 원전 계획은 아직 위치나 기술을 선택하지 않고 있다. 중기적으로 6~9GW 원자력 에너지 용량을 건설해 2033년까지 첫 발전소 건설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현재 폴란드 원전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이다. 한발 앞서 일본은 폴란드와 회담을 가졌다. 일본은 고온 가스 냉각 연구 원자로 건설에 관한 회담을 가졌다고 발표했다.
분명 기회는 있다. 폴란드는 원전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그간 폴란드 투자에서 축적된 신뢰와 원전 기술면에서 일본에 결코 뒤지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자금 마련 측면에 도움을 줄 경우 동일본 원전 사고로 여론에 불리한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사업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폴란드의 최초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 참여를 위해 첨단 전력 원자로(APR 1400)를 제안했다. 성사가 되면 우리의 원전 관련 기업들에게 큰 기회가 열리게 된다.
◇신재생에너지 투자 기회도 열려
폴란드 내각은 지난 2월 2030년까지 재생 가능 에너지원에서 에너지의 23%를 확보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발트해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해상 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크다. 지난 2월 한국 상의와 폴란드 산자부는 비세그레이드 포(체코,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와 제2차 경제무역 포럼을 열고 재생에너지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유명희 장관은 포럼에서 "경제협력 증진을 위해 글로벌 녹색 동향에 집중해야 한다"며 "5개국 친환경 환경 정책을 고려할 때 협력의 범위는 넓다"고 말했다.
이 포럼에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효성첨단소재, 포스코, 두산밥캣 등 4개국에서 사업을 하는 우리 기업들이 참석했다. 한국에서 탄소섬유, 금속 양극성판 등 주요 수소경제 소재를 개발·제조하고 있어 폴란드 등 이들 국가들이 수소경제 투자를 시작할 경우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폴란드 현지에 전기자동차 투자 진행
전기 자동차에 대한 폴란드 투자도 호황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은 이 부문 투자에 선두 주자다. 폴란드 무역투자기관 데이터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의 거의 3분의 2를 한국이 담당한다. 폴란드 남서부 브로츠와프 인근 소재 LG화학의 전기자동차용 리튬 이온 배터리 공장 건설은 1989년 이후 폴란드에서 가장 큰 단일 외국인 투자다. 2020년 말까지 총 27억 유로를 투자했으며 현재 최대 6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LG화학 투자 덕분에 폴란드는 리튬 이온 배터리 수출에 있어 유럽연합 선두주자가 되었다. SK이노베이션도 폴란드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리기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데 이는 유럽에 대한 첫 번째 투자다. 예상 가치는 3억3500만 유로로 생산은 2021년 말에 가능할 전망이다.
◇방산에서도 투자 기회
폴란드는 군 전투력을 강화하는 ‘WILK’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쓸모없는 소련 시대 T-72 탱크 현대화 사업의 일환이다. 폴란드 육군은 2021년부터 2035년까지 군대 기술 현대화 계획에 포함된 ‘WILK’ 프로그램을 전개해 최소 500개의 현대식 탱크를 필요로 한다.
한화는 2014년에는 2억9000만 유로 상당의 곡사포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폴란드 군대의 새로운 전투 탱크 획득을 목표로 하는 Wilk 프로그램에 참여를 모색 중이다.
또 현대로템은 이미 2018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차세대 탱크를 폴란드 군대에 제공하고 있다.